힘잃은 6자회담 아예 물건너가나

  • 입력 2006년 7월 6일 02시 59분


코멘트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능률협회 최고경영자 조찬 강연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으로 지난해 11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5차 회의가 열린 뒤 중단된 북핵 관련 6자회담의 교착 상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5일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아 올린 상황에서 6자회담 얘기를 꺼낼 수 있겠느냐”며 “7월 한 달은 물론 한동안 6자회담의 모멘텀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6자회담 의장국으로,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6자회담의 재개 전망을 어둡게 한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수뇌부까지 나서 미사일 발사를 자제하고 6자회담으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다. 중국은 체면이 손상된 셈이다.

소수 의견이긴 하지만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의 대북(對北)정책 기조가 현재의 압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한과의 다자 대화도 거부할 수 있고 이 경우 6자회담은 생명을 다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극단론까지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결국 미국과 양자 회담을 하자는 ‘협상카드’라는 성격이 있으며 마지막 순간에 극적 타결의 모습을 보이곤 했던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속성을 고려할 때 6자회담이 완전히 물 건너간 것으로 보기는 무리라는 의견이 다수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해 2월 10일 북한이 핵 보유를 선언하며 6자회담에 무기한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별다른 전제 조건 없이 그해 7월 회담에 복귀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반드시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이날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국 능률협회 조찬 강연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오면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자제 요청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한 대북 금융 제재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대북 비난 결의안 채택이나 경제 제재, 해상 봉쇄 등 다양한 강경 제재안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강행에 따른 대북 제재 조치로 북한 화물여객선 ‘만경봉92호’의 입항을 6개월간 금지하기로 이날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만경봉호 입항 금지 외에 인적교류 제한 및 북-일 간 전세항공기 취항 금지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자의 일본 입국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일본 관리의 북한 방문도 금지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