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등 홈피에 ‘구국전선’ 친북반미 글 버젓이

  • 입력 2006년 6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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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홈페이지 참여광장 자유게시판에 올라 있는 구국전선 편집부 명의 글의 목록(위)과 ‘반제민전 대변인 6·25 논평’의 내용. 사진 출처 민주노총 홈페이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홈페이지 참여광장 자유게시판에 올라 있는 구국전선 편집부 명의 글의 목록(위)과 ‘반제민전 대변인 6·25 논평’의 내용. 사진 출처 민주노총 홈페이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친북 사이트인 ‘구국전선’의 이름으로 북한을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글이 183개나 올라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또 전국민중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통일연대,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남측본부, 남북공동실천연대 홈페이지에도 정기적으로 이 같은 글이 올라 오고 있으나 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26일 민주노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반제민전 대변인 6·25 논평’이라는 제목의 글은 “미제가 도발한 6·25 북침전쟁은 우리 민족을 저들의 영원한 식민지 노예로 전락시키려는 야망 밑에 감행된 가장 파렴치하고 야만적인 침략전쟁”이라는 북한의 억지 주장을 담고 있다.

이 글은 또 “6·25전쟁에서 이북의 빛나는 승리는 위대한 김일성 주석님의 고귀한 결실이었다”면서 “각계 민중은 평화의 교살자이며 우리 민족의 철천지원수인 양키 살인마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한 미군 철수 투쟁의 불길을 더욱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민주노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2004년 1월부터 ‘구국전선’의 글이 올라 있다. 5일에 한 번꼴로 북한을 찬양하는 글이 올라왔으며 조회 수는 게시물마다 30∼250건이다.

특히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오른 구국전선의 글은 한나라당을 심판하자는 등 국내 정치문제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자유게시판의 글은 우리가 직접 올리는 것이 아니어서 삭제할 수 없다”며 “우리 조직을 비판하는 글도 삭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자유게시판 공지를 통해 “본 게시판 취지에 맞지 않은 글은 운영자에 의해 삭제된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은 민주노총 측에 국가보안법상 허용할 수 없는 선전 선동의 글을 올린 사람을 밝혀내기 위해 구국전선의 인터넷주소(IP)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또 정보통신부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문제의 글을 삭제하라는 시정 조치를 여러 차례 내렸으나 민주노총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정통부는 “시정 조치를 지키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한 ‘행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경찰과의 입장 조율이 쉽지 않아 국내 사이트에 대해 이런 조치를 취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국전선은 홈페이지 관리자가 자신들을 보호할 능력이 있는 대형 단체에만 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정통부는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경찰은 “글 삭제 명령 권한은 정통부만 가지고 있다”며 “정통부에 삭제 건의를 해도 ‘심의 중’이라며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는 “꾸준히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처벌은 경찰이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국보법-통신사업법 허점▼

홈피 관리자 삭제 거부해도 처벌근거 없어

노골적으로 북한을 찬양하거나 선전 선동하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람과 이를 삭제하지 않은 관리자를 현실적으로 처벌하기 힘든 실정이다.

국가보안법 제7조 5항(찬양·고무)에 따라 이 같은 글을 홈페이지에 올린 사람을 처벌할 수는 있지만 이 사람을 찾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8항은 국보법이 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법 제54조 3항은 정보 수사기관의 장이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때 이에 응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구국전선의 글이 있는 단체가 자료 제출을 거절해도 이를 처벌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경찰은 2, 3개월에 한 번씩 정보통신부에 문제의 글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마저 여의치 않다.

정통부는 매달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열어 경찰의 요청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8항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해당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시정요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은 전기통신사업자만 제재할 수 있을 뿐 홈페이지 관리 및 운영자는 제재할 수 없다. 1990년대 PC 통신 시대에 생긴 법의 한계다. 또한 ‘시정요구’는 강제성이 없어 민주노총 측은 여러 차례 정통부의 요청을 거절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구국전선:

북한의 대남공작기구 ‘통일전선부’ 소속 대남혁명 전위대인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의 홈페이지다. 반제민전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남한 혁명을 위한 3대 투쟁 목표인 반미자주화투쟁, 반파쇼 민주화투쟁, 조국통일투쟁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은 남한의 자생적인 친북단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구국전선이 일본이나 중국 서버를 통해 글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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