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北과 일할땐 속상한 일 많아”

  • 입력 2006년 6월 22일 04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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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

김 전 대통령 방북을 위한 대북(對北) 실무접촉 수석대표를 맡고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2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등 돌출 상황 때문에 지난달 29일 잠정합의한 이달 27∼30일 방북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또 정 전 장관은 “북한 측 초청은 여전히 유효하고 김 전 대통령도 준비를 많이 해 왔기 때문에 다음 실무접촉 날짜를 협의하고 있다”며 향후 방북을 재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북쪽도 고려해야 될 요소가 많기 때문에 날짜를 못 박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4월 하순 방북을 추진했으나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를 수용해 방북을 미뤘다가 ‘미사일 변수’로 두 번째 방북 연기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여전히 강한 방북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방북이 내 생애 민족을 위한 마지막 봉사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 뜻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혀 왔고, 정 전 장관과 최경환 비서관이 기자회견장으로 떠나기 직전 “기자들에게 (내 뜻을) 잘 설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장관도 ‘7, 8월 방북 추진이 가능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바람 친다고 계속 그렇게 되겠나. 덥다고 못 가는가”라고 말해 미사일 문제가 호전되면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방북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이번 방북 계획을 포기하면서 “북한과 무슨 일을 할 때 힘들고 속상한 일이 많다. 지금이 그렇다”며 방북 연기 결정과 관련해 북측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털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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