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은 누구를 향해 敎條的이라 하나

  • 입력 2006년 6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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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저항 없는 개혁은 없다. 부동산, 교육 개혁과 관련해 교조적(敎條的) 논리로 정부 정책을 흔드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국정 운영 비판을 ‘개혁에 대한 위험한 저항’이라고 경고하는 것은 민주적 지도자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민심이 집약된 지방선거 결과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일 뿐 아니라 국민을 노골적으로 깔보는 독선이요, 오만이다.

대다수 국민이 국정의 진로(進路)를 바꾸라고 요구하는데도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기존 정책을 그대로 밀고나가겠다는 태도야말로 자기 의견만이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신봉하는 교조주의이다.

노 대통령은 ‘교조적 논리’로 정부 정책을 흔든다고 비난했지만 누가 누구에게 하는 발언인지 의아하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교조적 논리’에 대해 “세상은 변하는데 과거의 개념과 사고에 빠져 그것만을 읊조리는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세상의 변화에 눈감고 과거에 함몰돼 민의(民意)를 묵살하고 철지난 좌파 교조주의를 답습하는 쪽은 과연 누구인가.

여당 안에서는 김근태 의장 취임 후 부동산정책 등과 관련해 실용 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심각한 노선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모처럼 민생경제를 챙기고 실용주의로 나가려는 움직임에 대해 ‘개혁 초심’ 운운하며 발목을 잡는 쪽이야말로 교조적 미망(迷妄)의 포로이다.

노 대통령은 어제 27개 대학 총장과 만나 고교평준화와 내신 위주의 입시를 강조하는 발언도 했다. 정부가 틀을 짠 대학 입시제도를 강요해 놓고서도 “대학 자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앞뒤가 다른 말을 했다. 교육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하향 평준화의 교조주의 아닌가.

청와대는 변화가 불가능해 보이고 여당은 시대에 뒤진 노선 싸움으로 지리멸렬하다. 국민은 단단한 교조주의 철벽에 가로막힌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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