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戰 후폭풍]우리당, 반전 모색…한나라, 언행 신중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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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달라진 유세장 ‘후보를 보호하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사건 여파로 22일부터 각 정당의 주요 후보 선거유세장에는 경찰들이 지원경호를 나섰다(위). 권총을 찬 사복경찰도 눈에 띄었다. 이종승 기자
“소 잃고…” 달라진 유세장 ‘후보를 보호하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피습사건 여파로 22일부터 각 정당의 주요 후보 선거유세장에는 경찰들이 지원경호를 나섰다(위). 권총을 찬 사복경찰도 눈에 띄었다. 이종승 기자
《여야 지도부는 22일 선거유세를 재개했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을 의식해 모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박 대표의 쾌유를 빈다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자제했고, 열린우리당에선 의욕을 상실한 일부 후보가 사실상 선거운동을 포기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가운데 참패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내부 책임 공방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나라 싹쓸이땐 내년 대선서 패배”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22일 ‘한나라당 싹쓸이론’을 제기하며 적극적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나섰다.

정동영 의장은 광주 유세에서 “박근혜 대표 피습 사건이 뜻밖의 정치적 역풍을 불러오고 있다”며 “제주에서 서울까지 몽땅 한나라당 싹쓸이가 될 모양인데, 이를 막지 못하면 내년에 수구세력 집권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이 ‘내년 대선 패배’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극약처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당 지도부의 선거대책회의에서도 “이러다가 한나라당이 싹쓸이하는 것 아니냐. 전패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나 수도권의 일부 기초단체장 후보 캠프에서는 유급 선거운동원들마저 이탈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일부 후보는 오히려 당과 거리를 두는 전략으로 나갔다.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박근혜 대표의 피습은 여성에 대한 잔인한 폭력”이라며 “같은 여성으로서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선 “2월 전당대회 이후 당이 한 게 뭐가 있느냐”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는 당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대선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심판하면 겸허히 받겠지만 이번에는 인물을 보고 선택해 달라”고 주장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측은 이날 거리유세에서 로고송을 트는 일을 자제토록 했다. 오 후보 측은 “열린우리당 선거운동원이라는 이유로 택시 승차를 거부당하고 물세례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지역 정서를 자극하는 일은 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대구시장 후보 측도 이벤트성 선거운동을 중단했고, 염홍철 대전시장 후보 측은 박 대표의 건강이 회복되는 시점까지 거리유세에서 음악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열린우리당 충북선거대책본부는 당초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 ‘빅3’(충북지사, 청주시장, 충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자질을 문제 삼으려 했으나 이를 보류했다.

한편 민주당은 중앙당 차원에서 선거 테러를 막지 못한 현 정부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박광태 광주시장 후보 측은 “자칫 정치적으로 이 사건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며 이슈화를 피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대구=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與 자극하지 말고 조용히 발로 뛰자”

한나라당은 22일 지방선거 유세를 재개했다. “오버하지 말아 달라”는 박근혜 대표의 당부대로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언행을 경계하며 엄숙 진중하게 선거운동을 전개했다.

우선 어려움을 헤쳐 나간다는 의지를 다지는 차원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열리던 모든 선거대책회의를 이날부터 오전 8시로 앞당겼다.

또한 TV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를 패러디한 이재오 원내대표의 코믹 광고도 23일부터 ‘박 대표에게 보내준 관심과 걱정에 감사한다’는 내용의 인사 광고로 대체키로 했다.

전국 각 후보 진영은 중앙당의 지시에 따라 로고송과 율동을 멈춘 채 유권자와 맨투맨으로 접촉하는 선거전을 폈다. 또 시도당 차원에서 ‘박근혜 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라는 문구의 리본을 제작해 각 후보와 선거운동원들에게 달도록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오전 여성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여성이 마음 놓고 다니는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심지어 야당 대표까지 상상조차 하기 힘든 폭력을 당하고 있다”며 방범폐쇄회로 설치, 긴급구호 핫라인 설치, 맞춤 치안서비스 강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는 이날 경제부총리 출신인 임창열 전 경기지사를 정책자문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임 전 지사의 경제 식견과 경험, 강력한 추진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김 후보 측의 설명이다.

영남권 후보들은 적극 지지층의 흥분으로 인한 불상사를 우려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공격하는 자극적인 문구 등을 일절 사용하지 말라고 운동원들에게 지시했다.

김범일 대구시장 후보는 북구 침산동을 방문한 자리에서 “박 대표 피습사건을 자주 언급해 시민을 분열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충청권 등지에서 국지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일부 기초단체장 후보들은 박 대표의 선거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 대해 낙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소속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충북의 한 군수 후보 관계자는 “박 대표가 한번 찾아와 유권자를 만나면 충분히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물거품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대구=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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