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강순]해외파견 공무원 꼼꼼히 검증하자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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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국에 파견된 한국 공무원에 대해 OECD 인사국장이 내린 평가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공무원 대부분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잘 하지 못하고 문서 작성도 제대로 못하는 등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져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과거 3년여 동안 OECD 공공관리위원회(PUMA) 부의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그래서 OECD가 예산 문제 때문에 외국 정부의 인력 지원을 대환영하는 상황임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예산으로 대규모 인력 지원을 하고도 핀잔을 들은 것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번 일은 한국 정부의 국제관례와 상식을 벗어난 인사 운영에 대해 국제사회가 던지는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이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대증요법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여 걱정스럽다. 이제는 좀 더 확실한 개선책이 필요하다.

OECD 사무국에서는 각 회원국의 고위 전문가들과 직접 마주 앉아 토의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실력이 부족하거나 최선을 다하지 않는 직원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능력을 키우고 검증하는 데도 더할 수 없이 적합한 근무처다. 과연 한국 공무원의 능력은 이런 OECD에서 일하기에 충분한가?

필자의 공무원 해외훈련업무 담당 경험에 의하면 외국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도 영어로 일할 수준에는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귀국 후 몇 년 지나면 영어에 대한 자신감마저 잃기 십상인데, 이때 국제기구에 파견되는 상황이 오면 업무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전문성의 부족도 국제기구 근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선진국 공무원들이 한자리에서 3∼5년, 한 분야에서 10∼20년간 근무하면서 전문가로 커 나가는 데 반해 우리는 거의 순환 보직만을 거듭하니 자기 분야의 전문성이 현저히 뒤진다. 이것이 그들과의 경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은 시급한 분야부터 선진국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공무원을 양성해야 한다. 특히 OECD 연수나 대사관 주재관처럼 자격요건이 명확하고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분야가 그 대상이다. 임용 전에 필요요건을 철저히 심사하고, 업무 성과를 꾸준히 평가하며, 앞으로의 보직 경로도 보장하는 등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사전자격심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현 제도상 OECD 연수자 파견에는 아무런 사전검증 절차가 없으며, 주재관도 추천 절차 후 어학능력만 검증(외국 석사는 검증 면제)받는다. 여기에다 한국식 온정주의가 발휘되어 자격 미달자도 결국 통과시켜 주는 것이 관례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추천에 앞선 자격심사가 필요하다. 중앙인사위원회가 엄격한 어학능력 요건을 포함한 자격시험을 정례적으로 실시하여 대상자 풀(pool)을 만들고, 각 부처는 그중에서 인선토록 해야 한다.

OECD 업무는 고도의 어학능력과 순발력, 적응력을 요하므로 이미 중년에 달한 과장급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적응력이 풍부하고 어학능력이 최고조에 있는 주니어 공무원을 파견해야만 국제전문가를 효과적으로 양성할 수 있다. 해외훈련 이수자 중 적격자를 바로 OECD 사무국에 파견하고, 우수자에게는 연장근무를 허용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일 것이다.

이와 아울러 ‘외교관’에 대한 인사도 당연히 획기적으로 쇄신되어야 한다. 그간 외교관 인사에는 공평성을 빌미로 자주 자리가 바뀌고, 외국어 능력조차 부족하다는 등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고질적 병폐들을 하루빨리 제거하여 재외 공무원 모두가 국제 수준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우리 정부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초석이 되리라 믿는다.

신강순 전 주남아공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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