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홈페이지 ‘대자보 정치’ 논란

  • 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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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홈페이지(사진)를 통해 양극화 문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의 감세론 등을 비판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데 대해 한나라당이 19일 “대자보(大字報) 정치를 중단하라”고 반발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이 된 글은 14일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는 ‘비정한 사회, 따뜻한 사회-양극화 시한폭탄, 이대로 둘 것인가’란 제목의 특집기획물. 이 기획은 ‘기적과 절망, 두 개의 대한민국’이란 글을 시작으로 10여 차례 연재될 계획이다.

필자는 ‘특별기획팀’으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아직 특별팀이 구성되지는 않았고 구체적인 필진 선정 작업은 대통령 국정홍보비서관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 살기 힘든 80%만이 아니라 잘나가는 20%에게도 양극화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이 기획은 양극화 해결을 위한 참여정부의 출사표”라고 설명하고 있다.

첫 글은 양극화 문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제기한 ‘성장이냐, 분배냐’, ‘감세(減稅)냐, 증세(增稅)냐’라는 의제 설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이 글은 “한국의 기득권층은 아직도 ‘성장이냐, 분배냐’의 케케묵은 관념의 틀 속에 갇혀 있다”며 “사회 안전망 없는 선진 자본주의는 없듯이 ‘성장이냐 분배냐’는 논쟁은 이제 의미가 없다. 성장과 복지(분배)는 같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감세냐, 증세냐’의 논쟁에 대해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의제 설정”이라며 “한국 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시한폭탄’의 존재를 애써 무시하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일축했다. 차라리 논쟁 구도를 “감세냐, 사회 안전망이냐”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특히 감세정책에 대해선 “비정한 사회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사회 안전망은 따뜻한 사회를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등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한나라당 박계동(朴啓東)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와 여당이 5·31지방선거를 맞아 ‘대자보 정치’를 재개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가 홈페이지 시리즈 글을 통해 ‘20 대 80의 사회’,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갈등 조장 등 선거를 의식한 이분법적인 논리로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박 의원은 “택시 액화석유가스(LPG) 특소세 면제 등에 반대한 열린우리당은 서민의 눈물 운운할 자격이 없다. 정작 양극화의 책임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있다”며 “자신들만이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독선이 오히려 정쟁과 갈등을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계진(李季振) 대변인도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을 선동해서 이득을 보려 하지 말고 집권당다운 정치를 해야 한다”며 “청와대 대자보 정치란 곧 운동권식 선동정치, 이벤트 정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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