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 정상회담 ‘정치적 카드’로 써선 안 된다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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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5일 일본 언론인들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기 문제만 남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중대한 문제다. 남북정상회담설(說)은 작년 하반기부터 나돌았지만 정부는 완강히 부인해 왔기 때문이다.

정 씨 측은 파문이 일자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당시 김 국방위원장에게 ‘답방 또는 2차 정상회담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하자 그가 ‘약속은 지키겠다. 올해(2005년)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고 일본 기자들에게 소개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회 상임위에서도 여러 차례 했던 말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4월 방북과 5월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전직 통일부 장관이 ‘정상회담 연내 성사’를 거론한 것부터가 의혹을 낳는다. 회담이 이미 성사 단계에 와 있는데도 국민만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지방선거용으로 정상회담을 포함한 일련의 대북(對北) 조치를 구상 중인가.

이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그제 정상회담을 추진하더라도 선거철은 피할 것이라고 했지만 의혹과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정상회담과 같은 남북의 중대사를 정치적 의도를 갖고 비밀리에 추진해 왔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지만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두렵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만 해도 국민적 합의 없이 몰래 추진돼 지금까지도 남남(南南) 갈등의 한 원인이 되고 있지 않는가.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을 정치적 카드로 이용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국민이 그런 의심을 품게 할 어떤 행동도 삼가야 한다. 국민이 이해하고 지지하는 ‘투명한 회담’이 아니라면 회담 추진의 선의(善意)마저 외면당한다. 남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결국 정권이 다친다는 멀지 않은 역사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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