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성원]‘마음의 거리’ 못좁힌 금강산관광

입력 2005-11-21 03:02수정 2009-10-0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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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7주년 기념 만찬이 열린 18일 금강산 평양 옥류관 분점. 남북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배기선 열린우리당 사무총장이 즉흥적으로 단상에 올라 북한 가요 ‘심장에 남는 사람’을 불렀다.

이튿날인 19일 금강산 7주년 기념식수 행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종혁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삽을 들었지만 정작 금강산 관광사업을 주관하는 현대아산의 최고경영자(CEO) 윤만준 사장은 보이지 않았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 문제와 관련해 북측의 입북 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에게는 이 두 장면이 대북 관광사업의 미묘한 현주소를 보여 주는 것으로 비쳤다. 남한의 집권 여당 사무총장이 북녘에서 북한 가요를 부르는 대목에서는 남북의 ‘화합 분위기’를 느꼈다. 반면 사기업의 내부 인사를 문제 삼아 핵심적인 행사 주인공의 입북을 거부하는 북측의 태도를 보면 앞으로도 갈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 관광 초기에 현지 취재를 했던 기자는 이번에 거의 7년 만에 다시 금강산을 찾았다.

당시 동해항을 떠나 13시간을 항해하고야 도착했던 금강산은 이제 서울에서 버스로 4시간 남짓이면 갈 정도로 가까워졌다.

7년 전에는 이렇다 할 편의시설도 없어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산에 올랐다. 그래도 관광객들은 북한 땅을 밟았다는 사실만으로 감격스러워했다.

지금은 호텔과 음식점, 공연장 등 각종 관광시설이 들어서 관광객들은 남한의 명소를 찾은 듯 자연스럽게 볼거리,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속사정은 그리 바뀐 것이 없었다. 이 부위원장은 7주년 기념사에서 금강산 개방은 북측의 ‘은혜’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현대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고도 여전히 북한의 눈치를 보며 끌려 다니고 있었다.

금강산까지 가는 시간은 단축됐지만 ‘마음의 거리’는 여전히 멀었다. 남북 화해의 상징인 금강산 관광이 진정으로 정상화되고, 또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북 양쪽이 풀어야 할 숙제가 아직도 많이 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원 경제부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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