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산 김치’에 담긴 무책임 행정

  • 입력 2005년 10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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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김치에서 회충 구충 등 기생충 알이 검출됐다. 정부가 ‘납 김치’로 지목된 제품에서 납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안심하고 먹으라고 한 지 11일 만이다. 이번에는 ‘기생충 김치’도 찌개로 먹으면 괜찮다고 할 것인가.

식품 안전은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행정서비스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라고 해도 부정불량식품 단속과 국내외산 식품 안전관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존재 이유이자 임무로 명시돼 있다. ‘납 김치’가 과연 안전한지도 식약청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의견이 달라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이 마당에 정부가 안심하고 먹으라던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됐으니 “정부를 못 믿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불량 만두 파동’ 때 “식품 관련 범죄를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불량식품 제조 유통업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유해식품 관리체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식품안전기본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표류 중일 뿐 실제로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중국산 민물고기에서 발암의심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검출되자 국내산은 괜찮다고 했다가 두 달도 안 돼 국내산에서 이를 검출하게 되는 ‘코미디’까지 벌어졌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임에도 책임 있는 당국자가 책임졌다거나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따졌다는 얘기는 없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재탕삼탕식 원론적 대책만 내놓을 뿐이다. 중국 현지 검역을 추진한다지만 두고봐야 안다. 비슷한 잘못을 반복하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국민이 구충약을 집단 복용해야 할 판이다.

값싼 중국산 김치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서 주로 소비된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불량 김치’ 하나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어떤 일로 서민을 ‘보호’하겠다는 것인가. 부정 유해식품의 제조 판매 유통은 불특정 국민에 대한 간접적 살상 행위나 다름없다. 정부는 세금을 엉뚱한 곳에 펑펑 쓸 것이 아니라, 음식 한 가지라도 믿고 먹을 수 있게 하는 ‘기본 숙제’부터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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