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사참배 강행…위태롭던 韓日관계에 또 찬물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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潘외교 日대사 불러 항의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7일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왼쪽)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력한 항의를 표했다. 연합뉴스
潘외교 日대사 불러 항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과 관련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7일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왼쪽)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력한 항의를 표했다. 연합뉴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한일 관계에 두꺼운 한랭(寒冷)전선이 형성될 전망이다.

한국과 중국은 상당 기간 일본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뜻임을 시사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참배 후 “중국, 한국과의 우호 및 아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참배는) 본래 마음의 문제로 다른 나라 정부가 가서는 안 된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고이즈미의 고집과 고심=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은 충분히 예견된 사태였다.

그는 지난달 말 오사카(大阪)고등법원이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렸을 때도 “적절히 판단한다는 뜻에 변함이 없다”며 참배 강행을 시사했다.

도쿄(東京)의 외교소식통은 이날이 전몰자를 추모하는 야스쿠니신사의 가을대제 첫날이라 참배의 명분을 찾기 쉬운 데다 11월 이후에는 한국, 중국과의 외교 일정이 이어지는 점도 이날을 ‘D데이’로 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참배 양태를 보면 고이즈미 총리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통의상인 하카마 대신 양복을 입었고 신사 본전으로 올라가지 않고 일반 참배객 통로를 택했다. 또 방명록에 ‘내각 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라고 기재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목례와 묵념만으로 간단히 끝냈다.

그러나 일본 언론들은 “문제의 본질이 변하지 않은 만큼 인접국들의 이해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연이은 도발=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올 들어 일본이 한일관계를 악화시킨 5번째 ‘폭탄’에 해당된다.

일본 시마네(島根) 현 의회의 3월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의 날’ 제정 조례안 통과에 이어 4월의 역사 왜곡교과서의 검정 승인, 5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의 ‘한국 정부와의 대북(對北) 정보 공유 불가’ 발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야스쿠니 참배 문제와 6자회담에서의 협력을 분리해 대응할 방침이다.

▽일본 각계의 우려=고이즈미 총리의 ‘독불장군 행보’가 계속될 경우 한국,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본 국내에서조차 커지고 있다.

일본 내에서도 제1야당인 민주당이 “인접국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야스쿠니 참배를 되풀이하는 고이즈미 총리의 자세는 국익을 저해하는 사태를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 대표는 정부 여당 연락회의에서 “사적 참배라고 해도 정치적인 의미를 갖는 만큼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도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에서 높은 장애가 생긴 것이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상공회의소는 “일중, 일한 관계는 극히 중요한 만큼 외교 경로를 통해 개선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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