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내용은 물론 압수 여부, 압수 시점 등도 불투명한 구석이 많다.
검찰이 이 테이프 압수 사실을 밝힌 것은 2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황교안(黃敎安) 2차장은 이날 “감청장비를 다루는 부서의 과장급 직원 집에서 테이프를 압수했다”며 “그 중 우리가 문제시하는 것은 1개”라고 말했다. 압수한 테이프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러나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이종백(李鍾伯) 서울중앙지검장에게 “테이프를 국정원에서 임의 제출받은 게 아니냐”고 물었다.
이 지검장은 “압수한 게 맞다”고 대답했다. 최 의원은 “내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듣기 때문에 물어본 것”이라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최 의원은 국정원의 보고를 받는 국회 정보위 소속이기도 하다.
이날 밤 이종찬(李鍾贊) 전 국정원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테이프가 국정원이 1999년 자신을 ‘감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자 28일 황 차장은 “우리가 보기에는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닌데…”라고 말했다. 이틀 만에 테이프의 가치가 상당히 평가절하된 것.
이 테이프를 갖고 있었다는 전직 직원의 반응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이 전직 직원은 테이프 보관 사실 자체를 강력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규(金昇圭) 국정원장은 “본인은 그런 일이 있었다면 자살하겠다고 했다 한다”고 전했다.
검찰이 문제의 테이프를 압수했다는 시점도 명확하지 않다. 황 차장은 26일 압수 사실을 공개하면서 “열흘 전쯤”이라고만 했다.
이런 정황들 때문에 김대중 정부 시절 도청 사실을 ‘고백’한 국정원이 검찰에 ‘물적 증거’까지 제공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 성과를 가시적으로 내놔야 하는 검찰과 ‘고해성사’를 한 국정원 상층부가 서로 ‘윈-윈’하기 위해 일정한 선에서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29일 “국정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며 “우리와 국정원 간 협조 부분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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