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이후]<3>왜 경수로에 집착하나

  • 입력 2005년 9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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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사실상 ‘핵 폐기’에 앞서 경수로를 먼저 제공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경수로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또 미국은 왜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북한이 경수로를 고집하는 이유=한마디로 요약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주권국가로서 경수로 보유와 같은 평화적 핵 이용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론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경수로가 필요하다.

북한엔 현재 원자력발전소가 없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함경남도 신포에 짓다가 중단한 경수로는 100만 kW급 2기다. 이는 울진 3, 4호기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한국표준형 경수로 모델로 미국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0만 kW는 100W 전구를 2000만 개 켤 수 있는 양이다. 남한은 같은 양의 전력을 북한에 직접 송전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언제든지 전력을 차단할 수 있는 스위치가 남측에 있다는 점 때문에 수용을 꺼리고 있다.

반면 경수로는 북한 땅에 짓고, 북한이 관리를 하므로 온전히 자신들의 것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수로는 화력, 수력발전소보다 초기 건설비용이 훨씬 많이 들지만 운영비용은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경수로의 원천기술을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이 갖고 있어 북한이 이를 확보하는 데는 제약이 있다. 미국에 ‘지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수로에서 핵무기 만들 수 있나=미국이 북한의 핵 관련 프로그램 완전 폐기 전까지는 경수로를 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북한이 이를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경수로는 농축도 3∼4%의 저농축 우라늄 다발인 핵연료봉을 중성자와 반응시킨 뒤 나오는 핵분열 에너지를 물로 냉각시키는 방식이다. 냉각제로 중수를 쓰면 중수로이고, 영변 원자로처럼 흑연을 사용하면 흑연감속로가 된다.

핵연료봉을 원자로에서 연소시키면 연료봉에 포함된 우라늄238이 핵무기 생산이 가능한 플루토늄239로 변화한다.

핵무기 제조를 위해선 플루토늄239의 함유량이 90% 이상 돼야 하나 경수로에선 순도가 떨어지는 플루토늄이 나오기 때문에 핵무기로 전용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플루토늄239의 순도가 낮아 폭발력이 떨어지거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는 있어도 기술적으로 이를 이용해 핵무기를 만드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아직 경수로를 이용해 핵무기를 만든 나라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북한이 국제사회를 속이고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해 왔고, 이미 핵무기 보유까지 선언한 만큼 미국으로선 의구심을 떨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이 제네바 합의를 통해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은 그때만 해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실체가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북-미 간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는 한 경수로 문제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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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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