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관광에 개성관광 제의]잠깐 눈돌렸나 아예 등돌리나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현대그룹의 대북(對北)사업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기로에 섰다.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부회장의 대표이사 퇴진을 둘러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북한 간 갈등의 골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북한이 현대의 독점사업인 개성관광사업을 롯데관광 측에 제안한 사실도 밝혀져 현대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의 개성관광사업은 현대가 독점권을 갖고 있는 7대 대북사업 중 하나다.

철도, 통신,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SOC)뿐 아니라 주요 명승지 관광사업도 7대 사업에 적시돼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그런데도 북한은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직후인 8월 29일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사업을 제안했다.

북한이 현대와 상의도 않고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사업을 제안한 것은 북한과 교분이 깊은 김 부회장을 퇴진시킨 데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일각에서는 현대 대북사업의 파트너인 북한 당국자들이 김 부회장과의 거래 과정에서 ‘운명 공동체’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단순히 현 회장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를 넘어 대북 관광사업에 복수의 남한 기업을 참여시킴으로써 경쟁체제로 가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현 회장은 “비리 경영인에게 대북사업을 맡길 수 없으며 비굴한 이익보다는 정직한 양심을 선택하겠다”며 정면 돌파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북한의 제안을 받은 롯데관광은 사업 착수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순남(李順男) 롯데관광 이사는 “8월 말 제안을 받은 이후 아무 것도 진행된 게 없고, 사업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제안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도 적지 않다. 북한에서 개성관광 대가로 요구하는 금액(1인당 150달러)을 감안하면 상품성이 떨어져 어떤 사업자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구도다.

여기에다 독점사업권을 갖고 있는 현대아산이 강력히 반발하면 윤리성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점도 부담이다.

남북한의 체제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대북사업에 그룹의 명운을 걸고 막대한 돈을 투자한 현대그룹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