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朴대표 회담]한나라 의총 ‘전략회의’

  • 입력 2005년 9월 6일 03시 06분


“만약 총리직을 제의하면 웃으면서 ‘나는 밖에서 도울 테니 임기 끝까지 잘 하세요’라고 하면 된다.”(김재원·金在原 의원)

5일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하는 박근혜 대표에게 갖가지 주문이 쏟아졌다. 당초 “왜 회담 제의를 수락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 주를 이뤘다.

먼저 연정 제의는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는 게 일치된 목소리였다.

진수희(陳壽姬) 의원은 “별놈의 이유와 논리를 갖다 대도 연정론은 허구이자 야당을 무력화하겠다는 물귀신 작전”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조기 개헌 논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개헌론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왔다.

심재철(沈在哲) 의원은 “(회담에서) 엄청난 이념 갈등을 불러 올 개헌 이야기는 꺼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진 의원도 “맞불 작전으로 개헌론을 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의원은 내각제 개헌 음모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개헌 논의에 대한 여당의 제안에 공당으로서 귀를 막을 이유는 없다. 개헌 논의가 나올 때를 대비해 연구기관을 만들어야 한다”(이병석·李秉錫 의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으나, 박 대표는 의총 뒤 기자와 만나 “지금은 개헌을 얘기할 때가 아니죠”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 서울지하철노동조합 초대 위원장을 지낸 배일도(裵一道) 의원은 “이번 회담을 노사관계 틀에서 보면 사측이 먼저 제안한 것이다. 내 경험으로 사측이 먼저 제의할 때는 급박한 사정이 있거나 잘못이 있을 때뿐이었다. 적절히 대처하고 단호히 거부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진(朴振) 의원은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 김두관(金斗官) 대통령정무특별보좌관, 양정철(楊正哲)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등의 실명을 거명하며 “독선적 행태를 보이는 현 청와대 참모진을 모두 교체할 것을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표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의 뜻을 전달하려 한다. 만약 노 대통령이 그 자리에서 연정을 제안하면 직접 부당하다고 말하겠다”고 단언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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