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朴 회담을 주목한다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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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사실상의 정치협상을 제의했고 박 대표는 회담에 응하기로 했다. 6월 하순부터 줄기차게 연정(聯政) 제안의 수위를 높여 온 노 대통령은 반대와 외면으로 일관해 온 박 대표를 협상테이블로 불러내는 데 일단 성공했다. 회담이 이루어지면 노 대통령은 연정 성사(成事)와 자신이 꾀하는 정치구도를 만들기 위한 직접 담판을 시도할 것이다. 더욱 폭발성이 큰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표는 노 대통령의 공세에 무응답으로만 대응해서는 결국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고 무기력한 제1야당의 대안(代案) 없는 리더로 각인될 것이 부담스러웠을지 모른다. 아무튼 노 대통령의 회담 제의를 받아들인 이상 “입이 아파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만 할 수는 없게 됐다. 연정 불가(不可)의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해 다수 국민이 자신의 손을 들어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표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 기득권을 내놓아라. 흔들지만 말고 책임도 져 봐라”는 것이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의한 핵심적 메시지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자신의 주문에 응답을 하지 못하는 한 정치적 수세(守勢)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상대 진영을 역(逆)으로 흔들었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확실한 ‘응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연정을 둘러싼 논란의 매듭을 짓기 위해 제1야당 대표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에 수권정당의 희망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박 대표와의 회담을 또 하나의 ‘연정 강의’로 활용하려는 일방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자신이 말하는 대화와 협력, 타협의 정신을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박 대표의 ‘응답’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지 않다면 회담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국민은 계속되는 대통령의 ‘폭탄 발언’에 식상해 하면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노-박 회담은 이 같은 국정 불안을 해소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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