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한민국’ 못 외치는 8·15 행사

  • 입력 2005년 8월 1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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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통일축구대회 주최 측인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 준비위원회’가 14, 16일 서울 경기 때 태극기를 흔들거나 ‘대∼한민국’을 연호하는 응원을 하지 못하게 했다. 이 때문에 ‘붉은 악마’는 응원을 포기했다고 한다.

주최 측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면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까지도 쉽게 포기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나라의 상징인 국호와 국기를 이처럼 가볍게 취급할 수 있겠는가. 주최 측은 “2000년 6·15 선언 이후 남북 공동행사에서는 서로 국호와 국기를 쓰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하나 이번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통일축구대회를 비롯한 여러 8·15 축전 행사들은 광복 6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이의 계승과 발전을 다짐해야 할 자리다. 해방공간의 좌우 갈등과 분단의 비극 속에서도 우리가 이뤄낸 빛나는 성취를 기념해 온 나라를 태극기로 뒤덮어도 모자랄 판인데, 더구나 스포츠의 현장에서 태극기도 흔들지 말고 ‘대한민국’도 입에 올리지 말라니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8·15 행사인가.

축구경기 입장권을 시민단체들에만 무료로 배포했다가 말썽이 나자 어제 뒤늦게 일반인에게도 배분하기로 한 것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경기장을 코드가 비슷한 시민단체들로만 채워 남한판(版) 민족공조대회라도 열겠다는 것이었나. 그렇지 않아도 8·15 행사를 보수단체와 진보단체들이 따로 치르기로 해 충돌의 우려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단체들은 해외 반체제활동으로 입국이 불허됐던 인사들도 초대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이해찬 국무총리는 8·15 행사 때 인공기 소각 행위를 엄벌하라고 지시함으로써 진보단체들에 힘을 실어 주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런 총리가 일부 시민단체와 학생들의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시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보혁(保革)갈등을 완화하고, 광복 60주년의 의미에 대한 사회통합적 공감대 형성을 유도해야 할 총리가 이러니 ‘이상한 정부’라고 보는 국민이 없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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