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력공급도 하고 경수로도 지어달라”

  • 입력 2005년 8월 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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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 기다리는 보도진6자회담을 취재 중인 각국 보도진이 31일 중국 베이징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합의문 작성을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베이징=연합
발표문 기다리는 보도진
6자회담을 취재 중인 각국 보도진이 31일 중국 베이징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합의문 작성을 위한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베이징=연합
북한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4차 6자회담에서 현재 중단된 상태인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을 ‘평화적 핵 이용’의 차원에서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북한의 주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 폐기를 전제로 200만 kW의 전력을 직접 송전하는 것과는 별개로 경수로 건설을 통해 200만 kW의 전력을 추가로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수로 지원 요구=북한은 이번 6자회담 초반부터 남측의 대북 송전에 관한 중대제안은 북측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선(先) 핵 폐기’를 요구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또 핵 동결을 시작하면 바로 송전해줄 수 있는지를 남측에 타진하는 한편 경수로 건설사업이 지속돼 북한이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은 “베이징 회담에서 북측이 경수로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고 시인했으나 “핵 동결의 대가로 전력을 받고, 핵 폐기의 대가로 경수로를 지어 달라는 입장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북한의 속내는=북한은 핵 폐기와 핵 동결의 대가는 다르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 중인 6자회담은 핵 폐기에 관한 협상인 만큼 핵 동결의 대가로 미국이 1994년 제네바합의를 통해 약속한 경수로 건설은 재개되어야 한다는 논리라고 할 수 있다.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북한은 11년 전보다 핵 능력이 강화된 만큼 좀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에서 경수로도 받고, 전기도 받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일종의 군축회담적인 논리”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대한의 요구조건을 내놓으면서 협상력을 높인다는 고전적인 협상전략”이라며 “(평화적 핵 이용권은) 이번 협상의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북측이 경수로 건설을 요구하는 배경엔 직접 송전의 경우 남측이 유사시 송전을 끊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응=정부는 직접 송전에 관한 중대제안은 경수로 건설공사의 중단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북측의 경수로 건설 재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미국과 일본은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경수로를 북한에 제공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중대제안은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경수로 종료 및 북한핵 폐기라는 조건이 맞을 경우 중대제안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 미국 측의 동의를 얻어낸 것”이라며 “북측의 경수로 건설 재개 요구는 사실상 중복지원을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 장관도 “최근 라오스에서 만난 북한의 백남순(白南淳) 외상에게 ‘경수로 문제를 계속 제기해 협상에 장애가 있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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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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