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나, 2000억? 한나라 천안연수원 2년전 600억원대 평가

  • 입력 2005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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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힌 충남 천안시 중앙당 연수원. 최근 인근 부동산값 폭등으로 호가가 지난해의 3배가량인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8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밝힌 충남 천안시 중앙당 연수원. 최근 인근 부동산값 폭등으로 호가가 지난해의 3배가량인 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팔면 딱 좋겠는데….”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충남 천안시 중앙당 연수원을 이번 달 안에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18일 밝힌 뒤 당내에서 아쉬워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직후인 지난해 초 서울 여의도 구 당사와 함께 연수원 매각을 추진했으나 연수원은 팔리지 않았다. 이후 국가 헌납을 추진하겠다며 지난해 3월 K부동산신탁회사에 관리 처분을 맡겼다. 연수원에 대한 일체의 재산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한나라당은 박 대표의 취임과 함께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 ‘천막당사’로 들어갔다.

한나라당이 K사와 관리 처분 신탁계약을 할 당시 연수원은 한국감정원으로부터 622억5000만 원(2003년도 기준)의 감정가를 받았다. 그런데 이후 정부의 충남 행정복합도시 건설 추진 등의 영향으로 땅값이 급등한 것. 한나라당과 K사의 계약은 올해 3월로 만료돼 현재 천안연수원은 법적으로 온전히 한나라당의 소유다.

박 대표의 연수원 헌납 발언 다음 날인 19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원회의 직전 한 고위 당직자는 박 대표에게 “연수원 값이 최대 2000억 원을 넘는다는 평가도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정말이냐”를 연발하며 아연실색했다고 한다.

일부 당직자는 “연수원만 팔면 당이 받은 불법대선자금 670억 원을 변제하고도 1000억 원 이상이 남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연수원 관계자는 “연수원이 고속철도 천안역에서도 멀지 않고 경부고속도로 목천 나들목에서도 자동차로 10분 거리여서 최적의 입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아깝다는 말도 이해는 되지만 헌납하는 것이 우리 운명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처리가 늦어지면 안 된다”며 “‘차떼기 당’이라는 이미지만 벗을 수 있다면 수천 억 원이 문제냐”고 말했다.

하지만 당의 재정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월평균 2억5000만 원의 적자가 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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