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韓銀총재 '가벼운 입' 與野 연일질타

  • 입력 2005년 6월 14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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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자신의 잦은 정책 관련 실언의 문제점을 추궁하는 여야 의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자신의 잦은 정책 관련 실언의 문제점을 추궁하는 여야 의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김경제 기자
외환정책 등과 관련해 잦은 실언(失言)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소속 여야 의원들로부터 매섭게 추궁 당했다.

그러나 일부 여당 의원들은 당초 보도자료를 내고 박 총재의 용퇴를 요청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회의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임기 4년이 보장된 중앙은행 총재를 ‘흔드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는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지와의 회견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 달러당 원화 환율이 일제히 하락하자 한은은 환율방어를 위해 1조 원을 투입했다.

열린우리당 이계안(李啓安) 의원은 “외환운용과 관련된 실언으로 인해 막대한 환율방어 비용이 소모됐다”며 “성경구절에 있는 ‘내 입 앞에 파수꾼을 세워라’는 말을 잘 새길 것을 바란다”고 꼬집었다.

김종률(金鍾律) 의원도 “박 총재가 최근 부동산 담보인정비율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부동산정책에 개입하겠다고 언급한 것 역시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너무 아마추어식으로 시장에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이종구(李鍾九) 의원도 “박 총재가 외환시장 관련 실언뿐 아니라 정치성 발언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말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총재는 국내외 언론에 책임을 떠넘겼다.

박 총재는 “FT의 악의적인 보도였으며 국내 언론들도 ‘한은 총재 발언으로 1조 원을 날렸다’는 제목을 뽑아 과장 보도하는 등 제대로 진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 총재는 “FT에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지 환율하락을 방치하겠다고는 안했다”며 “발언 내용을 원고로 만들어도 해설기사로 왜곡 보도하기 때문에 가급적 외신기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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