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86측근들이 대통령에게 장막 쳤나

  • 입력 2005년 4월 25일 2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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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정상황실이 ‘오일 게이트’를 조사하고서도 오래 묻어 두고 있다가 검찰 수사 착수 후 늑장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뒤늦게 보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하라고 지시했다지만 전후 사정이 석연치 않다.

현 정부 출범 후 국정상황실장은 이광재→박남춘→천호선 씨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 3인이 모두 노 대통령의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측근들이다. 대통령과 격의가 없다고 할 정도로 마음을 터놓는 핵심 참모들이 정작 중요한 사건을 보고하지 않았으면 국정상황실의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어떤 의도가 개입돼 있지 않다면 국정사안에 대한 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국정상황실(당시 실장 박남춘)은 ‘러시아 유전 투자’와 관련한 국가정보원의 정보보고를 받고 서모 행정관을 통해 경위를 조사하고서도 내부보고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이달 18일 확인에 나서자 뒤늦게 민정수석비서관실에 조사 경위를 보고했다는 것이다. 무려 4개월이나 내부보고를 하지 않은 셈이다.

천호선 실장은 서 행정관에게서 작년 11월 조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18일 동안이나 미적거렸다. 국정상황실은 “작년에 종결된 정책 사안”이라서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 올해 들어 감사원 조사, 언론 보도 등으로 연일 떠들썩했는데도 청와대 안에서 보고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이광재 의원은 오일 게이트의 배후 실세(實勢)로 지목을 받고 있으나 본인은 이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당시 조사를 진행한 박남춘 실장은 이 의원에게서 실장 자리를 물려받은 사람이다. 이 의원의 후임 국정상황실장들이 러시아 유전 투자 경위 조사 내용을 덮어 버린 것이 라면 이 또한 의혹 대상이고, 대통령이 진상에 접근할 수 없도록 장막을 친 것이라면 엄중문책이 불가피한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

검찰이 규명해야 할 오일 게이트는 두 가닥으로 늘어났다. 한 가닥은 철도청을 신용불량자의 부실 투자에 끌어들인 권력 실세를 밝혀내는 일이고, 다른 한 가닥은 청와대의 은폐 여부와 배경을 파헤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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