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반도 투입병력 규모 축소 시사

  • 입력 2005년 4월 19일 04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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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국 정부의 전시지원 태세 미흡을 이유로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할 미군 증원 전력 규모를 재평가(reassessment)하겠다는 방침을 2003년 한국 측에 통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한국 측의 비협조적 자세가 계속되면 유사시 증원파병규모를 줄일 수도 있다’는 압박을 가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본보가 입수한 2003년 6월 12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군수협력위원회(LCC) 회의록(본보 18일자 A1·3면 보도 참조)에 따르면 미국은 이 회의에서 전시주둔국지원(WHNS·Wartime Host Nation Support) 프로그램의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다.

WHNS 프로그램은 유사시 한국의 방위를 위해 투입되는 미국의 증원 전력이 사용할 부지 시설 장비 서비스 등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목적. 미국은 당시 회의에서 이에 관한 한국의 지원 프로그램이 매우 부족하며, 한국의 지원이 상당히 소극적(reluctant at best)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측은 또 “한국의 전시지원 프로그램이 2001년 기준으로 미국 요구수준의 61%에 불과하다”면서 그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한미연합작전계획(OPLAN)에 필요한 미국의 지원에 중대한 위험(great risk)을 초래하고 유사시 한국에 신속히 투입되는 증원 전력의 재평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작전계획 5027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할 경우 최대 69만 명의 병력, 최신예 전투기를 포함한 1600대의 항공기, 항공모함을 포함한 160대의 함정 등을 개전 90일 이내에 한국에 증원 배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은 그 같은 미국의 평가는 오해라고 해명하고 “2003년에는 전시주둔국 지원 프로그램을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85%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증원미군이 지불할 부지 시설 장비 등에 대한 사용료 문제와 미국에 대한 지원으로 인해 초래될 민간인들의 불편을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2년 전 LCC에서 한국이 미국의 전쟁예비물자(WRSA) 프로그램 폐기방침에 강력히 반대한 것은 한국군의 자체 탄약만으로는 유사시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쟁에 대비한 한국군의 자체 탄약보유량은 목표 대비 59%에 불과하고, 특히 북한군 야포 핵심대응전력인 다연장로켓포(MLRS)의 경우 하루치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미군과 함께 WRSA를 사용할 경우 유사시 탄약 가용일수는 국방부 목표치(60일)의 60∼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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