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김정일 코드’…북한, 왜 核에 집착하나

  • 입력 2005년 3월 25일 16시 50분


코멘트
◇김정일 코드/브루스 커밍스 지음·남성욱 옮김/335쪽·1만4500원·따뜻한손

북한이 병영국가(gar-rison state)가 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은 무엇일까. 또 북한이 핵 개발을 고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미국의 대표적 진보파 역사학자인 저자는 그 이유를 미군의 폭격으로 쑥대밭이 되었던 6·25전쟁에서 찾는다. 전쟁 당시 경험한 불바다의 악몽과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계획, 그리고 1990년대 초반까지 남한에 배치돼 있던 미국의 핵무기가 북한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북한은 또다시 스스로의 생존이 경각에 달렸다고 믿고 있으며 결국 북핵문제의 해결은 1994년 제네바 합의체제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방관과 지연, 그리고 정권 타도 희망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오히려 북한에 무기고를 확충할 시간을 줬다는 지적이다.

그는 “북한이 결국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거의 없다. 그러므로 그것은 부시가 만들어준 무기(Bush's bomb)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도 저자는 김일성에게 미사일은 무기라기보다 판매용 상품이라고 해석한다. 따라서 2000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직전 북한의 미사일을 간접 구매해 폐기한다는 전제 아래 흥정을 벌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 협상 방식에 전적인 동의를 표시한다.

그러나 저자가 북한에 호의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북한의 권력세습과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을 하고 있다. 그는 특히 김정일의 후계자로 김정남을 꼽으며 “그들 부자는 발을 구르고 고함을 지르고 있는 2300만 명의 피골이 상접한 인민들을 21세기다운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미국이 진정으로 북-미 간의 갈등구조를 해소하려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일체의 반대를 용납하지 않는 강압적 국내정치나 칼을 휘두르는 호전적 대외정책으로 보아 북한이 혼란스러운 나라임에는 틀림없으나 시간을 두고 꼼꼼히 살펴보면 수용 가능한 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썼다.

원제는 ‘North Korea: Another Country’(2004년).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