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포럼/안병준]중국이 北核을 인정한다면

  • 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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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뒤 세계의 이목은 과연 중국이 6자회담을 재개시켜 북핵을 막을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6자회담의 성공 여부는 중국의 역할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시점에서 중국은 북한의 핵위협보다도 북한 정권의 안정을 더욱 중시하는 듯하다. 만약 중국이 북한의 핵을 막지 못할 경우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이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원칙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해 왔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6자회담을 주선했고 미국 북한 간에 중재를 했다.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 대만은 물론 한국의 핵 개발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스스로 핵 보유를 선언한 뒤에도 중국은 여전히 중재자 역할 이상의 영향력 행사를 꺼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국익위해 北안정 더 중시▼

중국 지도층은 북한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자국의 안보, 경제 및 자존을 위해 더욱 긴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중국과 근접한 중앙아시아 제국에 군사기지를 설치했고, 대만 사태에 대해서도 일본과 ‘공동전략목표’를 추구한다고 표방하면서 중일 관계도 긴장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對)중국 포위망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 및 유럽연합(EU)과 제휴해 미국을 견제하려는 세력균형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대내적으로 중국은 연 9% 이상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북핵 문제로 인하여 북한 정권이 붕괴한다면 수백만 명의 난민들이 동북 3성으로 유입할 것이요, 나아가 외국군이 개입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중국의 안보와 발전에 악몽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은 2003년부터 북한과의 국경 지역에 대규모 인민해방군을 배치했고 철조망을 설치해 탈북자들의 유입을 막고 있다.

중국이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북한을 설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만의 독립을 막기 위해 ‘반국가분리법’을 채택한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은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해 최근 미국 측으로부터 직접 전달돼 온 구체적인 정보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무기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이는 미국이 독립을 추구하고 있는 대만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에 대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중국도 북한에 대한 시각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는 에너지의 70%와 식량의 절반가량을 제공하고 있는 중국은 분명히 북한에 대해 그 어떤 나라보다도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다만 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은 대미국 및 대일본 완충지인 북한의 핵무기도 반대하지만 그보다도 갑작스러운 불안 사태의 발발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해석이 일리가 있다면 최악의 경우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무장을 허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한국도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거기서 북한이 체제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핵무기를 쉽게 포기할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회담이 계속되는 동안에도 북한이 핵 개발을 하고 있다면 6자회담을 범세계적인 비확산 실현의 한 수단으로 보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 허용때 한국의 선택은▼

핵 보유국가로서 북한의 위치가 기정사실화된다면 한국의 안보 경제 및 통일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경우 한국은 미국의 안보 및 핵우산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존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우리는 이제 북한의 의도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요,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안병준 KDI국제정책대학원초빙교수 학술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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