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침묵의 시위?…과거사공세 무대응

  • 입력 2005년 1월 25일 18시 05분


코멘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왼쪽)와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25일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한나라당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왼쪽)와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25일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한나라당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25일 경기 수원시를 방문해 신용불량자와 주부들을 만났다. 조만간 충북 호남 영남 지역 민생 탐방도 계획하고 있다. 설을 앞두고는 한센병 환자 거주지인 소록도를 찾을 예정이다.

이처럼 활발한 행보와는 달리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관련한 과거사에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기자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거듭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10·26 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공개되고, 박 전 대통령이 쓴 ‘광화문’ 현판의 교체가 추진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20일 “박정희의 딸임을 잊어 달라”고 주문한 이후 계속되는 묵묵부답이다.

▶ 박정희 前대통령 공방 문화계까지 확산 (POLL)

박 대표는 여권의 파상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쪽이 여권의 ‘정략적 음모론’을 부각시키는 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과거사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때리면 맞으면서 무대응의 대응을 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과 이 문제를 상의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여권의 공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계점에 이르면 한꺼번에 몰아서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지금의 무대응이 폭풍 전야의 고요일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박 대표가 25일 “만들 때부터 비밀리에 만들고,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짧게 말한 데서도 속내가 드러난다.

첫 조치로 박 대표는 여권의 비판 표적인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다음 달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해 10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적당한 시기에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최근 한 측근에게는 “떼밀리듯 물러나고 싶지는 않고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또 하나의 직함인 박정희기념사업회 부회장 자리는 기념관 건립이 물 건너 가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박 대표 스스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의 홀로 서기’를 시도하면서 여권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각오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여권의 과거사 공세는 어차피 한번은 맞아야 할 매라는 인식과 함께 이 터널을 통과해야 제대로 된 대선 후보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