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활발한 행보와는 달리 부친인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관련한 과거사에는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다. 기자들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고 거듭 물었지만 답이 없었다.
10·26 사태를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공개되고, 박 전 대통령이 쓴 ‘광화문’ 현판의 교체가 추진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20일 “박정희의 딸임을 잊어 달라”고 주문한 이후 계속되는 묵묵부답이다.
▶ 박정희 前대통령 공방 문화계까지 확산 (POLL)
박 대표는 여권의 파상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쪽이 여권의 ‘정략적 음모론’을 부각시키는 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과거사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때리면 맞으면서 무대응의 대응을 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 같다”며 “주변 사람들과 이 문제를 상의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여권의 공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계점에 이르면 한꺼번에 몰아서 대응하지 않겠느냐”고 말해 지금의 무대응이 폭풍 전야의 고요일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대해 박 대표가 25일 “만들 때부터 비밀리에 만들고,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짧게 말한 데서도 속내가 드러난다.
첫 조치로 박 대표는 여권의 비판 표적인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다음 달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지난해 10월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적당한 시기에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최근 한 측근에게는 “떼밀리듯 물러나고 싶지는 않고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물러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또 하나의 직함인 박정희기념사업회 부회장 자리는 기념관 건립이 물 건너 가면서 활동을 중단했다.
박 대표 스스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의 홀로 서기’를 시도하면서 여권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각오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여권의 과거사 공세는 어차피 한번은 맞아야 할 매라는 인식과 함께 이 터널을 통과해야 제대로 된 대선 후보로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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