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협정문서 공개]일본측 반응과 입장

  • 입력 2005년 1월 1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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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한일협정 문서를 공개한 데 대해 일본 정부는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17일 각의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해 말 한국의 문서 공개 방침이 발표됐을 때도 정부 차원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

일본 언론도 비교적 차분하게 사실관계만을 보도했다. 다만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는 북-일 수교협상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한국 측의 공개에 난색을 표명했다”며 북-일 관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한일협정 문서 공개가 갖는 상징성과 파급력을 감안할 때 한쪽 당사자인 일본 정부의 담담한 자세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도쿄(東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일협정 문제가 가급적 한일 양국에서 쟁점화하지 않기를 바라는 일본 정부의 속내가 담겨 있다”며 “일본 외교당국이 한국 측 입장을 고려해 문서 공개에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지만 내심 떨떠름해 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당초 한일협정 문서 공개가 한국 내 재협상 여론을 촉발하고 북-일 관계 개선과 수교협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 측에 신중한 대응을 요구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미 40년이 지난 과거 문서이고 △시민단체의 요구를 계속 거부하기가 쉽지 않으며 △피해자 보상 문제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공개 방침을 통보하자 마지못해 수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2002년 북-일 평양선언에서 북한이 한일협정의 전례를 따라 경제협력 방식을 택하는 대신 대일(對日) 청구권을 포기할 뜻을 밝힌 점도 일본 측의 만류 명분을 약화시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 정부 내에 한일 간의 과거 역사문제는 1998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집권 당시 이뤄진 ‘한일 미래 동반자 선언’으로 일단락됐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점도 일본 측의 대응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 언론은 문서 공개가 일본을 겨냥했다기보다는 한국의 국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현 정권은 식민지 시대와 군사정권 시대를 대상으로 ‘역사청산’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야당과 보수세력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에서 불평등 협상이라는 여론이 높아지면 일본 정부가 자기 변론의 차원에서 자체 기록을 적당한 시점을 택해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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