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개성공단 차질 이유 밝혀야

  • 입력 2005년 1월 12일 18시 05분


최근 들어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에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다. 북한은 얼마 전 공단 내 병원 개원식을 무산시킨 데 이어 통신공급 후속협의도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심지어 북한의 요청에 따라 개성에 연탄 540만 장을 지원하려던 계획도 거부했다니 도대체 무슨 의도인가.

지난해 12월 시제품까지 나온 개성공단 개발은 북측도 줄곧 적극적인 자세를 견지해온 사업이다. 오히려 북측이 추진속도가 더디다며 남측을 채근했을 정도였다. 그러던 북측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그 이유가 무엇이든 바람직하지 않다. 시범단지의 완전 가동까지만 해도 아직 갈 길이 먼데, 이렇듯 실무적인 사안마다 발목을 잡는다면 누구도 개성공단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북한은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의 이유를 밝혀야 한다.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있는 대로 밝히고, 남측에 정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것이 옳은 자세다. 그러지 않고 북측 멋대로 사업일정에 차질을 가져오면 남북경협의 가장 중요한 토대인 상호신뢰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 북측에 ‘불순한’ 저의가 있지는 않은지 남측의 오해를 살 소지도 크다. 그런 점에서 북측이 개성공단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합리적인 협상자세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정부도 반성할 대목이 있다. 그동안 개성공단의 ‘정치적 의미’를 과도하게 강조해온 정부의 태도가 이번처럼 북한의 막무가내식 행동을 부추긴 측면은 없는지, 사업 추진과정에서 북한의 ‘선처’만을 기대하는 듯한 태도는 보이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개성공단에서 열린 몇몇 행사 때마다 남측에서 수백 명씩 올라가 사업을 ‘이벤트성’으로 몰고 간 측면도 없지 않았다고 본다.

개성공단이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남북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북한 당국의 좀 더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가 요구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