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中道실용주의 세력이 뜬다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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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주류세력이 중도파로 재편될 조짐이다.

최근 열린우리당 임시 당의장으로 추대된 임채정(林采正) 의장은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중진그룹의 좌장격인 데다 계파색이 옅은 대표적인 중립 인사. 또 이달 말 원내대표 경선과 당의장을 새로 뽑는 4월 전당대회에서도 중도파의 득세가 예상된다.

한나라당도 11일 당직개편에서 대표적인 중도론자인 박세일(朴世逸) 여의도연구소장이 정책위의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열린우리당=임 의장은 최근 임시집행위원회의에서 당의 올해 국정목표 중 첫 번째를 ‘민생경제 활성화’로 꼽았다. 반면 국정목표 중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를 포함한 ‘개혁의 지속’을 ‘한반도 평화정착’과 ‘국민화합’보다도 후순위로 돌렸다.

이런 분위기는 국보법과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관련법 등을 다루게 될 2월 임시국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중도세력의 입지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당 내에서는 “강경 소장파들도 지난해 12월 국보법 폐지를 밀어붙이다 실패한 경험을 통해 현실적인 한계를 절감했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

게다가 이달 말 원내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은 정세균(丁世均) 의원은 강경 개혁파들의 호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중립적 행보를 지속해온 인물.

당의장 대세론의 주인공인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당 내 온건실용주의파의 중심에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4개 쟁점법안 처리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당 내 주전(主戰)파를 겨냥해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하는 무능과 비겁의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박세일 소장이 정책위의장이 되면 대여(對與) 타협을 중시하는 김덕룡 원내대표와 함께 중도파가 주요 당직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여기에 최근 ‘경제 최우선 주의’를 선언한 김무성(金武星) 의원이 사무총장까지 맡을 경우 당 지도부가 중도세력으로 포진되는 셈이다.

중도 노선과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의원 모임도 활발하다.

박진(朴振) 임태희(任太熙) 권영세(權寧世) 의원 등 전문직 출신들로 구성된 중도 노선의 ‘푸른모임’은 최근 제주도에서 만나 ‘정국 현안과 당 쇄신 방향을 놓고 이제는 행동에 나설 때’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실용주의를 내세운 의원 39명의 모임인 ‘국민생각’은 17일 서경석(徐京錫) 목사를 초청해 ‘한나라당의 변화와 중도세력의 역할’이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이 모임 회장 맹형규(孟亨奎) 의원 측은 “세미나에서 당 발전에 중도세력이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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