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이라크체류]일부 건설-군납업자 ‘목숨건 버티기’

  • 입력 2005년 1월 10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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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10일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라크에서 납치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규형 외교통상부 대변인이 10일 청사 브리핑룸에서 이라크에서 납치된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하고 있다.
9일 ‘한국인 2명 피랍설’이 불거지면서 이라크 내 한국인 체류 현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그에 대한 정보를 ‘대외비’로 분류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관련 정보가 자칫 테러 단체에 악용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10일 “이라크 체류 한국인 60여 명 중 10여 명이 정부의 철수 요구를 무시하고 있는 ‘우려 대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무단 입국=“군대를 동원해서라도 강제로 끌어내고 싶은 심정이다.”

외교안보 부처의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10월경 정부의 지속적인 철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체류하고 있는 일부 한국인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지난해 6월 김선일 씨 피살 사건 이후에도 선교나 사업 목적의 이라크 무단 입국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같은 해 7월 반전운동가 L 씨, 10월 말 김모 씨 등 목사 5명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 정부는 이들 목사 5명에 대해 11월 초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범죄 혐의가 없는 인사에게 ‘국익에 위해(危害)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런 조치를 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들 목사 5명의 무분별한 행동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선교만을 목적으로 한 이라크 무단 입국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쟁특수를 노린 소규모 건설업자나 군납업자들의 ‘버티기’는 여전히 골칫거리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라크 아르빌 인근 지역에서 대형 공원 공사를 진행 중인 한 건설사 직원 6, 7명은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된 정부의 강력한 철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고 김선일 씨가 근무했던 가나무역 직원 중 일부도 이라크에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한국인 납치 테러 위협=국가정보원은 지난해 말 ‘이라크 내 인질납치 실태’ 관련 자료에서 “‘철군 관철’이란 정치적 목적의 테러 조직뿐만 아니라 돈벌이 목적의 범죄 집단까지 인질납치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인 피랍자는 고 김선일 씨를 포함해 총 12명. 김씨를 제외한 11명은 종교계 인사 7명, 언론인 2명, 비정부기구(NGO) 관계자와 가나무역 직원 각 1명 등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들 모두 특정지역을 근거로 활동하는 민족저항세력에 의해 납치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이라크에 무단 입국하는 한국인 사업가들에 대한 테러나 납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우려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동아일보 인턴기자인 이지연 씨(서울대 정치학과 3년)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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