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의장 중재…새해 2시간前전격타결

“못들어 갑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한 김원기 국회의장(왼쪽)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로막고 있다. 김 의장은 국회 일정을 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야 협상을 다시 중재해줄 것을 김 의장에게 요구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지난해 12월 31일 극적으로 과거사진상규명법과 신문관련법 등 쟁점 법안의 처리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했다.

양당은 이날도 전날에 이어 쟁점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그러나 이날 밤 9시 반경 한나라당의 절충안을 김원기 국회의장과 열린우리당이 전격적으로 받아들임에 따라 협상이 타결됐다.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박희태(朴熺太·한나라당) 국회 부의장을 통해 김 의장과 열린우리당 측에 과거사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하면 신문관련법과 예산안, 파병연장동의안 등의 처리에 응할 수 있다는 제안을 전달했다.

김 의장은 열린우리당 유인태(柳寅泰) 의원 등 중진들과 만나 한나라당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논의한 뒤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갖고 “직권 상정 대상 법안에서 과거사법을 빼겠다”고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은 본회의장 단상 점거를 풀고 의원총회를 열었으며, 열린우리당도 긴급 의총을 열고 김 의장의 결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논의했다.

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김 의장이 역사적으로 심판을 받을 것이다”며 반발했고, 일부 강경 소장파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한나라당의 제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예산안과 파병연장 동의안 처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대세론에 밀렸다.

또 한나라당 의총에서 박근혜 대표는 “신문관련법 중 시장점유율 규제 조항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조항으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며 “소수 야당으로서 이 법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인 고흥길(高興吉) 의원도 의총에서 “독소조항이 담긴 신문관련법을 통과시켜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됐다. 언론 자유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한나라당을 탈당할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에서 당론으로 신문관련법에 대해 반대 표결을 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