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정부의 ‘울산市 길들이기?’

  • 입력 2004년 12월 29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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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7시 반경 울산시청 산업진흥과 사무실. 퇴근 준비를 하던 김선조 과장은 산업자원부의 한 직원으로부터 “울산시가 테크노파크 조성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테크노파크는 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한 곳에 모아 연구·개발은 물론 교육훈련과 시험생산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자는 정부의 지방육성사업. 울산시는 그동안 표방했던 ‘산업수도 건설’을 앞당길 절호의 기회로 보고 이 사업 유치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래서 국비 125억원을 포함해 모두 406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이 확정됐다는 산자부의 통보는 울산시로서는 낭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최종 확정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는 게 담당자들의 지적이다.

울산시가 6월 산자부에 신청한 이 사업은 지난달 말까지 현지 실사와 정부의 중앙투융자심사를 통과됐다. 또 16개 시·도 가운데 11곳이 지난해까지 사업자로 선정됐고 공단 밀집지역인 울산은 ‘산업구조 고도화’라는 테크노파크 조성 취지에도 맞아 떨어지는 도시였기에 산자부도 울산의 사업자 선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는 박맹우(朴孟雨) 울산시장이 ‘전국공무원노조 파업참여 공무원 징계를 거부하는 울산동구청장과 북구청장을 고발하라’는 행정자치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뒤부터 바뀌기 시작했다고 울산시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부 쪽에서는 “울산도 서울과 대전, 제주처럼 사업자 선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것.

이에 박 시장은 15일 두 구청장에게 파업참여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박재택(朴載宅) 행정부시장은 23일 두 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27일 오전까지만 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산자부가 공교롭게도 두 구청장에 대한 고발장을 울산시가 접수한 27일 오후 울산이 사업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을 알려준 것은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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