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에서 회담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한때 “한국 쪽 입장을 받아들이겠다. 한국이 원하는 곳으로 장소를 정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고마(그냥) 갑시다. 욕 좀 먹으면 되지”라며 “가고시마로 가자”고 결단을 내렸다. 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송년만찬에서 밝힌 뒷이야기이다.
노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가 그렇게 나오니 내가 오히려 작아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괜히 사소한 문제로 그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발 양보하는 게 더 얻는 게 많고, 실제로 외교는 큰소리를 치는 것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며 “외교는 등 뒤의 국민을 너무 의식하지 않아야 하고, 국내의 언론보도를 의식하면 외교에 지장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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