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 12·19? 올해는 “쉿!”

  • 입력 2004년 12월 17일 0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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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석해 ‘시민 혁명’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리멤버(remember) 12·19’ 행사가 올해는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200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개표결과가 발표된 지 1년 뒤인 지난해 12월 19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국민의 힘’ 등 친여권 시민단체들은 겨울 칼바람이 몰아치는 서울 여의도 둔치에서 대선 승리 1주년 개념 행사로 ‘리멤버 12·19’ 행사를 열었다.

노 대통령은 1년 만에 지지자들을 다시 만난 이날 행사에 전격 참가해 속마음을 거침없이 토로했다. 당시 노 대통령은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안’을 놓고 이미 한나라당 민주당 등 야당과 각을 세운 뒤였고, 특검을 수용한 뒤에도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기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쳐놓은 상태였다.

노 대통령은 지지자들의 상징인 노란 목도리를 걸치고 연단에 나와 “우리는 승리했지만 그들은 승복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나를 흔들었다. 시민혁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여러분들이 다시 한번 떨쳐 일어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직 대통령의 선동적인 발언에 야당은 격노했으며 올 3월 12일 대통령 탄핵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가결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요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물론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여권 관계자는 “개혁을 위한 충격요법보다는 만들어진 개혁의 틀과 구조를 안정적으로 실천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멤버 12·19’ 같은 행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노사모 측도 여권과의 접촉을 줄인 채 원년의 핵심 회원들이 모여 송년회 수준의 조촐한 모임만 가질 계획이다.

‘리멤버 12·19’ 행사에 참가했던 한 시민은 “행사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총선에서 승리한 열린우리당이 훌륭한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며 “당시 노 대통령은 정치권 물갈이를 강조하며 ‘1급수가 없다면 2급수라도 찾자’고 했는데 요즘 여당 초선 의원들은 야당 의원과 비슷하게 3급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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