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파문’의 진실은…]李의원 해명 과정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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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은 8일 이후 몇 차례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실체’에 대해 한꺼번에 털어놓지 않고 우회적으로 대응하는가 하면, 몇몇 쟁점에선 일관성이 부족해 스스로 의혹을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첫 반응은 당일 본회의장에서의 신상 발언이었다. 이 의원은 “199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북풍 사건에 연루됐다”며 “반국가단체 가입으로 4년 복역했지만 인터넷 매체에 올라 온 사실(간첩, 노동당 가입)은 재판 과정에서 탈락해 무죄가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과거에 대한 공방은 무익하다는 점과 지역주민의 선택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팩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에 치중했다.

곧바로 소집된 열린우리당의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은 “반국가단체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고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 가입으로 4년형을 살았지만 간첩이나 조선노동당 가입은 사실이 아니다”며 “이후 사면복권됐다”고 해명했다. 민해전 가입 부분만 인정하고, 간첩 부분은 부인한 것이다.

9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이 의원은 다시 해명에 나섰다. 2심인 고등법원 판결문을 들고 나온 그는 “판결문에 반국가단체 가입, 회합,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표현은 있으나 간첩이나 노동당 가입 등은 모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수사기록은 고문으로 거짓 진술을 해 조작된 것”이라며 “판결문만 사실이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판결문 공개를 계속 요구했지만 한나절이나 지난 늦은 오후에야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 조선노동당기 등의 압수품 목록이 기재돼 있는 두 번째 페이지가 빠진 2심 판결문을 공개했다. 1심 판결문에 대해서는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만 했다.

이날 저녁 언론에 1심 판결문 내용이 상세히 보도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1992년 이 의원이 조선노동당 대남 선전기구인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에 가입하면서, 조선노동당기와 김일성·김정일 부자 초상화 앞에서 ‘충성 맹세’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이 의원은 “고문 때문에 사실과 다른 얘기를 진술했을 뿐 가입식을 한 적이 없다”며 노동당기나 초상화 부분은 안기부가 조작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1심 판결문에 대해서는 고문을 받아 심신이 지친 상태여서 부인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심부터는 적극적으로 대응해 노동당기와 초상화 부분이 2심 판결문에 안나온다는 주장이었다. 양홍관 씨와 함께 일하기는 했으나 제대로 된 조직도 없었고 별 활동도 없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10일 오후에는 열린우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인 문병호(文炳浩) 의원 등이 양 씨와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양 씨에 따르면 이 의원은 민해전의 하위 조직인 조국통일애국전선에 가입했을 뿐이며, 양 씨 집에서 “활동을 같이 하자”고 이야기할 때 이 의원이 김일성 부자 초상화를 보고 “뭐냐”고 묻기에 “남과 북이 동등한 위치라는 의미에서 걸어놓은 것”이라고 했다는 것. 노동당기와 초상화도 양 씨가 신문지에 싸서 이 의원 집에 갖다 놨으며 이 의원은 몰랐을 것이라고 양 씨가 말했다는 것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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