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의원 파문]민해전 활동때 ‘北과 연계’ 몰랐나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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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 의원이 조선노동당과 노동당의 대남선전기구인 한국민족민주전선(한민전)에 가입했는지, 또 가입식에서 김일성(金日成) 초상화 앞에서 충성맹세를 했는지 등이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한 검찰 및 법원의 판단과 이 의원 본인 및 당시 관련자들의 주장이 크게 엇갈린다. 이를 쟁점별로 정리해 본다.

▽조선노동당 가입 여부=당사자인 이 의원과 당시 그를 포섭했던 민족해방애국전선(민해전) 강원도 위원장 양홍관 씨는 “가입한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민해전 총책으로 기소됐던 황인오 씨가 1997년 수감 중에 쓴 수기에는 ‘이철우는 조선노동당 입당자’라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황 씨는 “원고에 그런 내용을 쓴 적이 없으며 당시 안전기획부 등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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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나 법원의 판결문에도 그의 노동당 입당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 의원의 노동당 입당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기는 힘든 상태이다.

▽한민전, 민해전 등 가입 여부=검찰과 법원은 이 의원이 1992년 4월 양 씨와 함께 노동당 하부 조직인 한민전 가입식을 하고 그 후 그 하부 조직인 민해전의 강원지역 조직인 조국통일애국전선(애국전선)에서 활동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법원은 이 의원의 1심 판결문에서 “민해전은 한민전의 남한 내 조직”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대해 양 씨는 10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의원은 민해전이 아니라 통일문제의 대중적 확산을 위해 내가 주도해 결성한 애국전선에만 가입했다”고 반박했고, 이 의원은 “양 씨와 같이 ‘사회운동’을 했지만 민해전은 안기부가 수사과정에서 만들어 낸 것이기 때문에 그런 명칭은 들어 본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 씨는 “이 의원은 민해전의 하부 단위 구성원”이라고 말해 뉘앙스에 일부 차이가 있었다.

▽민해전과 북한 연계 인식 여부=검찰과 법원 모두 민해전이 한민전 등 북한과 연계된 단체이며, 이 의원이 이런 사실을 직간접으로 알면서도 가입했다고 봤다.

하지만 황 씨나 양 씨 등 당시 관련자들은 “민해전과 북한의 연계 사실을 이 의원이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 씨는 특히 “민해전은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의 위장 명칭인 것은 사실이지만 철저한 비밀 사항으로 조직 최상부만 알고 있어서 이 의원은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충성맹세=법원은 이 의원이 한민전 가입식을 하면서 조선노동당기를 벽에 걸고 김일성과 김정일(金正日)의 초상화를 바라보며 이른바 충성맹세를 했다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그대로 인정했다.

법원은 또 검찰이 이 의원에게서 증거로 압수한 노동당기와 초상화를 몰수했다.

당시 이 의원의 가입식을 주재했던 양 씨는 “가입식이라 할 만한 행사도 없었으며 간단한 묵념 후 내가 연설을 하고 각자의 소감을 나눈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양 씨는 “내가 ‘노동당기와 초상화를 두고 가입식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충성맹세를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초상화나 노동당기 등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1심 재판부가 충성맹세 관련 검찰 기소 내용 대부분을 인정했는데도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충성맹세를 하지 않았다고 다투지 않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황 씨는 “이 의원과 만난 적이 없다”며 “사실 여부를 모른다”고 했다.

한편 몰수된 노동당기와 초상화의 존재에 대해 검찰은 “압수물은 주로 폐기하기 때문에 이미 폐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원 번호 부여=법원과 검찰은 이 의원이 한민전 가입식을 마치고 양 씨에게서 ‘강재수’라는 가명과 ‘대둔산 820호’라는 당원 번호를 부여받은 것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모두 고문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거짓”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항소심 재판에 배석판사로 관여했던 김선중(金善中) 변호사는 “당시 재판에서 피고인들이 사건이 조작·날조됐다고 주장한 적이 없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피고인들은 법정에서 자기주장을 못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오히려 재야 인사들이 법정에 몰려와 판사들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원에서도 확정된 사건인데 이제 와서 그렇게 주장한다면 재판 제도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에 관여했던 또 다른 배석판사(현 부장판사)는 “당시 고문 주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자체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원의 변론을 맡았던 법률사무소의 대표였던 열린우리당 유선호(柳宣浩) 의원은 “당시 상황에서 고문은 거의 당연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양 씨는 “당원 번호라는 것은 황 씨가 조직관리 차원에서 식별 번호를 붙인 것을 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씨는 “사실 여부를 모른다”면서도 “그런 하부선에까지 번호를 부여했던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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