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방문 극비방문 추진전말

  • 입력 2004년 12월 8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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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자이툰 부대 방문은 10여일 전인 지난달 25일 노 대통령의 지시로 처음 추진됐다.

노 대통령은 남미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인 지난달 25일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에게 "유럽 순방 후 귀국길에 자이툰 부대 장병을 격려하겠다"며 구체적인 준비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NSC 사무처와 합동참모본부, 외교통상부, 대통령경호실 등은 극소수로 합동 준비팀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자이툰부대 방문 계획을 검토했다. 이번 이라크 극비 방문계획의 코드명은 '동방계획'으로 명명됐다.

준비팀은 당초 노 대통령이 대한항공 특별기편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곧바로 아르빌 공항으로 가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아르빌 공항의 규모와 열악한 상황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쿠웨이트나 터어키를 경유하는 방안을 검토한 끝에 쿠웨이트 경유 방안으로 최종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안전상의 이유 때문에 노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 사실을 극비에 부치기 위해 합동준비팀은 쿠웨이트 방문 목적을 국제회의 참석이라는 별도의 명목을 내세워 추진해왔다.

아르빌 공항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비행기가 이, 착륙할 수 있고, 야간 관제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노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일정이 도중에 변경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아르빌 공항에 아침 시간에 도착할 수 있도록 쿠웨이트 도착 시간을 오전 5시로 정해놓고 프랑스 출발 일정을 조정한 것.

이 때문에 파리에서 떠나는 시간이 당초 7일 오후 4시에서 오후 8시로 4시간 늦춰졌다.

이같은 출발 일정 조정 때문에 노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4시간을 더 머물게 됐고, 이에 따라 프랑스 상원의장 면담 일정이 새로 추가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프랑스 방문 마지막 날인 7일 여유 시간을 활용해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퐁피두 박물관을 방문해 관람하기도 했다. 특히 매주 화요일에 휴관하는 루브르 박물관측은 일반 관광객이 없는 만큼 노 대통령에게 특별히 관람을 허락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정부는 고위급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정부에 노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 사실을 사전에 통보했으며, 이라크 현지의 다국적군 사령부에도 이를 사전통보했다.

또한 이라크 과도정부에는 노 대통령이 이라크 상공을 벗어난 직후인 8일 오전 11시40분경(현지시간) 임홍재(任洪宰) 주 이라크 대사가 사드 알 하야미 외무장관 대리에게 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는 것으로 방문 사실을 알렸다.

경유지인 쿠웨이트 정부에 대해서도 이선진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이 낮 12시45분 알 자랄라 외무장관을 만나 노 대통령이 셰이크 알 아흐메드 쿠웨이트 국왕에게 보내는 친서를 전달했다.

노 대통령이 C-130 수송기를 타고 이라크 상공을 비행할 때에는 미 공군 측이 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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