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사위, 여야간 대치상황 재연

  • 입력 2004년 12월 8일 14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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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가 난장판이다.

6일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변칙상정으로 진통을 겪었다 7일 정상 운영됐던 법사위는 8일 또다시 국보법 폐지안 상정 문제를 놓고 여야간 가파른 대치 상황을 재연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최재천 의원 명의로 '6일 상정된 국보법 폐지안 2건과 형법 보완안에 대해 의사일정을 변경해 계속 상정해 달라'는 내용의 의사일정변경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김용갑, 공성진 의원 등 다른 상임위 소속 의원 10여명을 최연희 법사위원장석에 배치, 전체회의 개의를 저지했다. 이에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은 타 상임위 소속 의원들의 퇴장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날치기를 막아야 한다"며 거부했다.

전체회의 개의가 불투명해지자 여당 의원들은 "법사위 간담회를 열겠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장악한 마이크 전원을 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마이크 전원을 켤 권한은 위원장에게만 있다"고 재차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은 그야말로 동네 양아치보다 못한 수준의 막말과 저질 공세를 펴 취재진과 국회 관계자 등 보는 이들의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한나라당은 나이가 많은 김용갑 의원을 위원장석에 앉힌 뒤 열린우리당의 접근을 막고 여당 의원들이 무슨 말만 하면 "시끄럽다", "국회 불태우고 너희들끼리 다른 데서 하라"며 아예 말을 차단했다.

이에 유시민 정청래 의원 등 '받아치기 전문' 의원까지 투입한 열린우리당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최재천 선병렬 우원식 의원 등은 "어디서 헛소리하고 있느냐"고 공박했고 특히 선병렬 의원은 선수와 나이를 전혀 무시하는 듯한 '뒷골목 화법'으로 한나라당을 맹공했다.

선 의원은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회의 진행을 못하도록 마이크 시설 자체를 차단하자 "어이, 이한구, 이한구 마이크 담당 실장 마이크 좀 켜라"하는 식으로 비아냥거리다 같은 당 의원들로부터 제지받기도 했다.

여기에다 열린우리당 운동권 출신 보좌관들과 한나라당 강성 보좌관들이 대리전을 치르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여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행태야말로 가장 고의적인 회의거부이고 기피행위"라며 "위원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 의원들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갑 의원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국보법 폐지안 연내처리 유보방침을 밝혔는데 여당 법사위원들을 보니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당초 예정에 없었지만 여당 법사위원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요구로 소집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오전 11시50분경 "본회의에 지장을 줄 것 같아 일단 물러서겠다"고 밝힌 뒤 회의실 퇴장하면서 법사위 공방은 일단 마무리됐으나 한나라당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며 김용갑 이방호 남경필 곽성문 최구식 의원 등 20여명이 위원장석을 계속 지킬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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