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12월 6일 18시 2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사전원고를 ‘읽는’ 것보다 현장 분위기에 맞는 즉석연설을 하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장(場)의 논리’가 있다”고 말한다.
대선 후보 시절 대학생들을 향한 “반미면 어떠냐”는 직설적 발언은 ‘젊은 자존심’을 열광시켰다. 장인의 부역 문제로 공격받을 때 “대통령 되겠다고 아내를 버리면 용서하겠는가”라고 외친 것은 백 마디의 논리적 반박보다 힘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노 대통령에 대해 “민감한 외교 무대에서도 거침없이 말하면 어떡하나”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외교의 현장’에도 빠르게 적응했다.
지난해 5월 첫 미국 방문 때는 “6·25전쟁 때 미국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쯤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지 모른다”고 말해 ‘노 대통령=반미주의자’라는 오해를 날려버렸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6일에는 프랑스혁명에 대해 “인류가 발명한 역사 중 가장 훌륭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문제는 노무현식 현장 외교의 무게와 일관성이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에서 “한국 경제가 너무 미국식 이론에 강한 영향을 받는데 약간 걱정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방미 때는 “미국의 이상과 제도, 협력이 가장 성공적으로 꽃피운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물론 언급한 분야와 대상이 다르긴 하지만 ‘다른 장’에서 들으면 도대체 진의가 뭔지 궁금해진다.
노 대통령은 “중국이 동북아 질서를 주도하려 할 때에는 주변국들이 불안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말을 전해 들었을 중국 외교수뇌부의 기분은 어떨까.
노 대통령은 또 지난해 방미 때 “우리에게 한미관계는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 달 뒤인 6월 일본 방문 때는 ‘우호관계를 돈독히 해야 할 나라의 순서’에 대해 ‘일본 중국 미국’순으로 답 했다.
앞으로 노 대통령의 외교적 발언이 보다 일관성 있고 무거워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곧 한국의 가장 큰 외교력이기 때문이다.
부형권 정치부 bookum90@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