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금동근]‘安保理모면’ 자축할 때 아니다

  • 입력 2004년 11월 28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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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의 핵물질 실험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넘기지 않기로 한 것은 한국 외교가 일궈낸 소득으로 평가된다.

외신들은 “한국이 엄청난 로비를 편 끝에 안보리로 끌려가는 수모를 피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IAEA가 핵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한 나라는 북한 이라크 리비아 루마니아 등 4개국. 과거 ‘불량국가’였거나 아직도 불량한 나라들이다. 만약 한국이 안보리로 끌려갔다면 이들 ‘불량국가’와 같은 수준에 놓일 뻔했다.

그러나 안보리를 피했다고 자축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 얻은 교훈을 차분히 되새기는 일이 중요하다.

먼저 이번 핵물질 실험 파동은 외교무대가 냉정한 싸움터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 줬다. 특히 핵외교처럼 민감한 분야에선 어떤 나라든 한 치의 양보도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의장성명으로 마무리하면서도 IAEA는 ‘심각한 우려’를 확실히 표명했다.

한국이 석 달간 치열한 외교 노력을 펼쳤는데도 일부 국가는 이사회 직전까지 안보리 회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국은 “북한 이란의 핵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위반의 강도가 어떻든 위반은 위반”이라는 것이었다.

마침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 여부를 둘러싼 강대국간 입장차로 한국은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다. “운이 좋았다”는 한국 대표단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란 변수’가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일을 무마하기 위해 정부는 2002년 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버금가는 외교 노력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외교력은 유한하다”고 말했다. 외교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 이번에 한국 입장을 지지해 준 나라에 빚을 졌다. 앞으로 새로운 빚을 지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핵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하고 철저한 통제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일이 터진 뒤 ‘유한한 외교력’에 의지하는 일이 또 생겨서는 안 된다.

빈=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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