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정부 잇단 ‘러브콜’…北도 화답 ‘조짐’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19분


《최근 들어 여권 내에서 2005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북한을 향한 유화 제스처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청와대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핵은 자위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12일 로스앤젤레스 발언 역시 남북정상회담을 겨냥한 ‘러브 콜’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정치적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을 가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야당은 투명한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에 다시 남북정상회담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중국에서 여권 핵심인사들이 북한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음이 확인됐고, 그동안 완고했던 북측의 태도에서도 미국 대선과 칠레 한미 정상회담 이후 변화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대북특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무수한 시그널=19일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 골프장 착공식에는 공식석상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국가정보원 김보현(金保鉉) 3차장이 참석했다. “대북 접촉은 김 차장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베테랑인 그의 방북은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북측에서는 대남 접촉창구인 아태평화위원회 관계자들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인사들과의 비공식 접촉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가까운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최근 중국을 두 차례 방문해 북측 인사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또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을 총지휘했던 임동원(林東源) 전 통일부 장관이 세종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것도 ‘대북 라인’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이벤트는 정 장관의 방중(訪中)이다. 정 장관은 다음달 초 베이징(北京)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그가 현지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따라서 그가 북측 인사들을 접촉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의 변화 조짐=미국 대선 이후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던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이후 ‘대화’ 쪽으로 방향을 정리한 듯한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동안 대남접촉창구를 전면 폐쇄했던 북한이 먼저 이산가족실무회담을 제의하고 나선 것도 노 대통령의 거듭된 대북 메시지에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어 보인다. 최근 북측 인사를 접촉한 여권 핵심 인사는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미 조지 W 부시 정권 2기의 로드맵과 한국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해 설명을 듣기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대남통인 김용순 송호경 사후 활동이 중단된 아태평화위원회의 재건에 착수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북특사냐 정상회담이냐=여권 내 정무사이드와 외교안보통간에 시각차가 존재한다. 정무 쪽은 정상회담이라는 목표에 집착하는 모양새이나 외교안보통들은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대북특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정무 쪽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현 정권의 ‘국면전환’ 계기로 정상회담을 보는 듯하고 외교안보통들은 부시 2기 행정부의 움직임과 한미, 남북,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과 후폭풍을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정상회담으로 가더라도 지금은 대북특사가 더 유효하다는 것이 여권 내 대체적 시각이다. 아직 미국의 대북정책이 모호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북정책과 우리 정부의 로드맵을 설명하고 북측의 ‘전략적 결단’을 유도해 낼 수 있는 인물이 특사로 지명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 내에선 특사문제에 관해 ‘공식이냐 비공식이냐, 정부라인이냐 민간라인이냐’는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은 출범 초기 정상회담을 북핵 문제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으나 점차 여권 내부에서 그 실마리를 푸는 자리로 만들려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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