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너무 피곤해서 잠도 안온다"

  • 입력 2004년 11월 23일 1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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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자야하는데 너무 피곤해서 오히려 잠이 잘 안 온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22일 저녁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당 출입 기자들과 만찬 회동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개 새벽 5시에는 일어나야 하니까 수면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남성 정치인들은 차 안에서 잘 잔다는데 (나는) 그렇게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순간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 국회나 당사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대표 취임) 이전에는 단전 호흡도 매일 하고 1주일에 한번은 테니스도 쳤는데 최근에는 시간을 못 낸다"는 대목에서는 씁쓸한 미소도 번졌다. "정치를 그만 둔 뒤에는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이 된장국이라도 나에게 건넬 수 있는 그런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파 간 복잡하게 얽힌 당 내 문제에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내년 초에는 지각변동이 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그저 당 대표직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치 현안에는 표정을 고쳐 잡았다. 여권의 국가보안법 폐지 추진 등에 대해서는 폐지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고, 당명 개정도 빠르면 연말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9년 청와대를 나온 뒤 강북 등지를 거쳐 1990년부터 박 대표가 혼자 살고 있는 2층짜리 삼성동 자택의 시간은 1970년대에 머문 듯 했고,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거실에는 어머니 고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흑백 사진과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다. 봉황 무늬가 새겨진 도자기도 있었다. 독일제 명품인 스타인웨이 앤 선스(stein-

way&sons) 피아노도 청와대 시절 구입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몇 해 전 집안 정리를 돕기위해 비서진들이 처음 자택을 방문했을 때에는 지금보다 분위기가 훨씬 썰렁했다. 그나마 나아진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표가 요즘 주변에 했다는 "힘들다" "외롭다"는 말이 정치에 국한된 것만 같지는 않았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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