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복지 “국민연금 맘대로 쓰면 안된다”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24분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한국형 뉴딜 정책’과 토종기업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정면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복지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국민연금 사용처에 대한 입장’에서 “5000만 국민의 땀의 결정체인 국민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더 면밀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성급한 연기금 투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연기금으로 경기부양? ‘한국판 뉴딜정책’ 추진 논란(POLL)

그는 “연기금 활용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검토 차원에서 언급된 것은 있지만 최종적인 것은 아직 없다”며 “‘콩 볶아 먹다가 가마솥을 깨뜨린다’는 말처럼 애초의 취지에 맞지 않게 잘못 사용하면 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이날 밤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우리당 이계안(李啓安) 제3정조위원장, 김광림(金光琳) 재정경제부 차관, 변양균(卞良均) 기획예산처 차관, 송재성(宋在聖) 복지부 차관 등과 긴급 비공개 당정회의를 갖고 연기금의 주식 채권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방침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르면 다음 주 중 국회 운영위에서 기금관리법 등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조위원장은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연기금의 운용문제는 궁극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할 문제이지 복지부 장관이나 재경부 장관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원 하에 당-정-청이 추진해 온 정책을 반대하고 나선 데 대해 당정이 다시 정면으로 치고 나와 여권 내에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김 장관은 이날 “경제부처가 너무 앞서 가는 것 같다”며 “경제부처가 용처에 대해 앞서서 주장하면 국민의 의구심과 불신이 증폭돼 국민연금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부처는 복지부 뒤에서 조언하는 그림자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연기금, 특히 국민연금은 국민의 ‘적금통장’ 아니냐”며 “이를 정부가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