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문화재 보호냐… 재산권 보호냐

  • 입력 2004년 11월 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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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주변 건축물의 고도를 제한하는 ‘앙각 규정’에 따라 지붕이 사다리꼴로 지어진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사적 제11호) 옆의 한 아파트(왼쪽 사진). 반면 앙각 규정이 생기기 전에 지어진 서울 중구 정동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건물은 덕수궁(사적 제124호)에서 불과 30여m 거리지만 15층이나 된다. -장강명기자
문화재 주변 건축물의 고도를 제한하는 ‘앙각 규정’에 따라 지붕이 사다리꼴로 지어진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토성(사적 제11호) 옆의 한 아파트(왼쪽 사진). 반면 앙각 규정이 생기기 전에 지어진 서울 중구 정동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건물은 덕수궁(사적 제124호)에서 불과 30여m 거리지만 15층이나 된다. -장강명기자

서울시의회는 왕릉과 고분묘 주변 100m 이내 지역에서도 구청장이 허용할 경우 고층 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문화재보호 개정 조례’를 지난달 30일자로 공포했다고 1일 밝혔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그동안 이른바 ‘앙각(仰角·올려본 각도) 27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 개정 조례의 공포를 거부함에 따라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이 공포해 발효시킨 것.

이에 따라 일단 구청장이 문화재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 왕릉과 고분묘 주변에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서울시가 대법원에 소송을 낼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의릉 등 5곳 주변 건축물 고도제한 풀려=개정 전 조례는 국가지정문화재 주변 100m 이내에 짓는 건물은 문화재 외곽 경계의 일정한 높이(문화재별로 정함)에서 27도 높이로 올려다볼 때 그 위로 나와서는 안 되도록 했다. 27도는 사람이 목을 꺾지 않고 앞을 볼 때 시야의 위쪽 상한선을 의미한다. 이는 문화재에서 바라보는 조망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

그러나 개정 조례는 문화재 중 왕릉과 고분묘의 경우에는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100m 이내 지역에서도 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 조례 개정으로 직접 영향을 받게 된 지역은 성북구 석관동 의릉(경종과 계비 선의왕후 어씨의 능·사적 제204호), 동대문구 청량리동 영휘원(고종의 계비인 순헌귀비 엄씨의 묘소·사적 제361호), 강남구 삼성동 선정릉(성종, 정현왕후 윤씨, 중종의 능·사적 제199호), 송파구 석촌동 백제 초기 적석총(사적 제243호), 송파구 방이동 백제고분군(사적 제270호) 등 5곳의 주변 지역이다.

▽서울시 대법원에 제소 예정=개정 조례에 대해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2일 대법원에 조례 무효 확인 소송을 낼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건축물 허가 절차가 오래 걸리는 데다 자치구도 법리 다툼이 있는 문제는 법원 판결을 본 뒤 결정하는 것이 통례라 이번 개정 조례 공포로 당장 문화재 주변에 고층 건축물이 들어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정 조례에 대한 대법원의 위법성 판단은 별도의 공판 없이 법리 심사만 하게 돼 이르면 올해 안으로 결말이 날 전망이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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