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代 국군포로 53년만에 北탈출

  • 입력 2004년 10월 4일 01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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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이원섭씨
중학교 시절 이원섭씨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인민군에 포로로 잡혀 끌려갔던 70대 노인이 탈북에 성공해 53년 만에 고향에 돌아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납북자가족모임(회장 최성용)은 국군포로 이원섭씨(72)가 8월 말 북한을 탈출해 1일 중국 내 한 한국공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대구 달서구 대천동(당시 경북 달성군)이 고향인 이씨는 대건중학교에 재학 중이던 1951년 피란길에 학도병으로 징집돼 참전했다가 북한 인민군에 포로로 잡혔다. 북한으로 끌려간 이씨는 20여년간 광산노동자로 일했으며 최근엔 황해북도 사리원시 문예회관에서 근무했다.

이씨는 북한에 부인과 자녀가 있지만 “죽기 전에 고향에 돌아가서 53년 전 생이별했던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며 목숨을 걸고 탈북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8월 24일 물이 얕아진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건너오는 데 성공했다.

2남2녀 중 막내인 이씨의 혈육으로는 대구에 사는 형 이용섭씨(81)와 경기 수원시에 사는 누나 이근순씨(74)가 생존해 있다. 부친은 오래 전에 사망했고 모친은 1988년 눈을 감았다.

중국에 머물고 있는 이씨와 최근 통화를 한 누나 이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막내아들을 그리워하며 눈을 감지 못하셨다”며 “50년 만에 동생과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가 오빠와 똑같아 너무 놀랍고 반가웠다”고 말했다.

형 이씨도 “죽은 줄만 알고 있던 동생이 살아 있다니 너무 기뻐서 며칠째 잠도 오지 않는다”며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매일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의 조카며느리 서주화씨(46)는 “돌아가신 줄만 알고 그동안 제사를 지내왔는데 생존해 계신다니 꿈만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중국에서 이씨를 만나고 온 최 회장은 “이씨가 고령인 데다 탈출 과정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 기력이 많이 약해지긴 했지만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며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가족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현재 북한에 국군포로가 538명 생존해 있으며 지금까지 41명이 북한을 탈출해 귀환했다고 밝혔다.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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