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시민단체 사칭 e메일 물의

  • 입력 2004년 8월 29일 18시 38분


국가정보원이 사이버전 모의훈련을 위해 시민단체를 사칭해 공무원에게 e메일을 보낸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29일 참여연대에 따르면 국정원 산하 국가사이버안전센터는 24일 ‘참여연대 홍보실’ 명의로 ‘부정부패 공직자명단 통보’라는 제목의 e메일을 각 정부 부처에 발송했다.

이 메일에는 ‘참여연대가 수년간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작성한 부정부패 공무원의 명단을 첨부하니 관련 공무원들이 별다른 이의 신청을 하지 않으면 28일자로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이 메일에는 명단이 첨부되지 않았다.

이 메일로 인해 참여연대에는 관련 사실을 확인하려는 공무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참여연대측은 “우리 단체는 홍보실도 없고, 공무원 개개인의 부정부패를 감시하지도 않는다”며 “불법으로 단체의 명의를 도용해 명예를 실추시킨 범죄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23일부터 28일까지의 을지연습 기간에 실시된 ‘스팸메일을 이용한 사이버전 모의훈련’의 하나로 보낸 것”이라며 “메일을 열지 않는 것이 훈련의 목적이었는데 일부 공무원이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참여연대 관계자는 “메일을 받은 많은 공무원이 자신의 이름이 나타나 있지도 않은데 몸이 달아 확인전화를 해 온 것을 보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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