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旗歌 물의빚은 KBS TV…작년엔 ‘김일성찬양가’ 방송

  • 입력 2004년 8월 24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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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혁명찬양가인 ‘적기가(赤旗歌)’를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물의를 빚은 KBS가 지난해에는 방송 중 북한의 김일성찬양가를 독립운동가로 잘못 소개하며 내보낸 사실이 23일 뒤늦게 확인됐다.

KBS 1TV의 시사프로그램인 ‘수요기획’은 지난해 8월 13일 방송한 ‘140년의 유랑, 고려인’ 편에서 북한의 대표적인 김일성찬양가인 ‘김일성 장군의 노래’ 두 소절을 방송 중간과 마지막에 두 차례에 걸쳐 내보냈다. ‘김일성 장군의 노래’는 지금도 북한에서 각종 행사 때마다 불리는 노래로 공식 북한국가는 아니지만 사실상의 북한국가로 간주되고 있다.

‘수요기획’은 우즈베키스탄의 한국인 동포 노부부를 인터뷰하면서 “한국 국가를 알면 불러보라”고 요청했고, 이에 할머니가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압록강 굽이굽이 피어린 자욱”이라고 노래 부르는 장면을 방송했다. 또 방송이 끝난 뒤 스태프를 소개하면서 이 할머니가 부른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한 번 더 사용했다.

‘수요기획’은 처음 이 노래가 나가는 장면에서 내레이터의 설명을 통해 “할머니가 한국의 국가로 알고 부른 이 노래는 연해주 벌판에서 울려 퍼지던 독립운동가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노래는 1946년 북한의 혁명시인 이찬이 함흥의 만찬장에서 김일성을 위해 낭독했던 자작시에 작곡가인 김원균이 곡을 붙인 것으로 독립운동가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

또 방송 당시 이 노래의 2번째 소절까지만 소개됐지만 3번째 소절부터는 ‘조선’과 ‘김일성 장군’이란 표현이 등장한다. 이 때문에 KBS측이 이 노래가 북한의 김일성찬양가라는 것을 알면서도 방송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BS는 이 프로그램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녹화해 사전 편집을 거쳐 방송했다.

오랫동안 공안 업무를 담당했던 한 중견 검사는 “목적 등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에 해당하는 북한의 국가에 준하는 노래를 방송했다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요기획’ 담당 양희섭 KBS PD는 “오래전 일이라 일일이 기억할 수 없지만 프로그램 담당자들이 대부분 전후세대라 북한음악을 잘 모르고, 내부 심의과정을 거쳤다 하더라도 모르는 음악이 나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요기획’ 담당 김용두 KBS PD는 “이 프로그램은 140년간 떠돌이 생활을 한 고려인 동포들의 애환을 그린 것”이라며 “미처 확인하지 못한 노래 때문에 프로그램의 순수성이 오해를 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이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한 KBS 외주 제작업체의 지해원 PD는 “그 노래가 김일성찬양가인지 전혀 몰랐다”며 “할머니는 2소절까지만 노래를 불렀고 남편이 독립운동가라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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