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空청회’로 여론수렴 하는가

  • 입력 2004년 7월 18일 18시 44분


동원된 청중으로도 방청석을 메우지 못한 채 찬성 토론만 넘쳐 나는 수도 이전 공청회를 계속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토론자를 선정하면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을 처음부터 배제하는 공청회는 수도 이전과 후보지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구색 맞추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최근 춘천, 광주, 서울에서 열린 공청회는 취재진과 관련 공무원, 충청지방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온 청중이 거의 전부였다고 한다. 정부는 전국 순회 ‘홍보대회’ 같은 공청회를 마치고 나서 여론수렴을 했다고 하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정부 여당은 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상적인 여론수렴 절차를 무시하고 반대 의견을 압박하는 태도로 나오고 있다. 전문적이고 건설적인 의견을 듣기 위한 토론의 장(場)을 마련하기는커녕 충청권 민심을 끌어들이거나 정쟁(政爭)으로 몰아 가는 분위기다. 일부 지역의 공청회에서는 비판적인 기사를 실은 신문들에 대해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며 언론자유를 위협하는 발언마저 공공연하게 나왔다. 수도권 과밀화나 수도 이전에 대해 이런저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조차 용인하지 못하겠다면 찬성 발언 일색의 ‘공청회식 보도’를 하라는 것인가.

‘청와대 브리핑’이 언론자유의 숨통이 막혀 있던 유신시대의 신문철을 들춰 내 지금의 보도 내용과 비교하는 것도 유치하고 졸렬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유신시대의 언론보도로 돌아가라는 것인지, 그 시절의 독재정치와 언론정책이 부럽다는 것인지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수도 이전과 같은 국가적 사업에서는 정부 주문을 확대재생산하기보다는 부작용, 문제점을 따지는 의견을 경청해야 마땅하다. 이것이 민주사회의 올바른 여론수렴 절차이고 시행착오와 국가적 낭비를 줄이는 길이다.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공(公)청회는 ‘공(空)청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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