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탁 논란]吳차관 혼자 뒤집어쓰기 의혹

  • 입력 2004년 7월 1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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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신규 교수 임용과 관련해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성균관대 예술학부 정진수 교수(오른쪽)가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전통찻집에서 청와대측에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이훈구기자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이 신규 교수 임용과 관련해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성균관대 예술학부 정진수 교수(오른쪽)가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전통찻집에서 청와대측에 이 같은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한 배경을 설명했다.-이훈구기자
정동채(鄭東采) 신임 문화관광부 장관이 대학교수 임용 인사 청탁을 했다는 주장이 1일 공개됐으나, 정 장관이 이를 정면 부인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진수 교수의 주장과 의문점=성균관대 예술학부 정진수(鄭鎭守) 교수는 지난달 25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한 진정서를 통해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지철(吳志哲) 문화관광부 차관으로부터 ‘교수 공개채용에 지원한 불문학 박사 A씨를 잘 봐 달라’는 인사청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오 차관을 통해 A씨를 직접 만났다고 한다. A씨에게 “누구를 통해 오 차관으로 하여금 이런 청탁을 하게 됐느냐”고 물었고, A씨는 “차기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돼 있는 정동채 의원에게 부탁을 했고, 정 의원에게는 평소 교분이 두터운 남편인 서프라이즈 대표 서영석씨가 청탁을 했다”고 말했다는 게 정 교수의 주장이다.

정 교수는 1일 기자회견에서도 “오 차관이 부탁을 했을 때에 ‘A씨를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오 차관은 ‘후임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 의원의 부탁이다’라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오 차관은 파문이 일자 “정동채 의원도 A씨를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을 정 교수가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오 차관이 단순히 A씨의 부탁만으로 정 교수에게 전화를 했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특히 정 교수가 만남을 제의하자 현직 차관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정 교수까지 만나 “잘 봐 달라”고 청탁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한다면 오 차관은 문화부 장관으로 내정된 정 의원으로부터 직접 부탁을 받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정 의원과 A씨 남편간의 친숙한 관계를 의식해 청탁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구멍난 청와대 민원처리 시스템=정 교수가 지난달 25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인터넷 신문고’를 통해 접수한 진정서는 대통령민원제안비서관실에서 분류된 뒤 같은 달 28일 사정비서관실로 보내졌다.

개각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고, 정 장관이 문화부 장관으로 임명될 것이 분명했던 상황이었으나 정 교수의 진정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민원제안비서관실은 사정비서관실에 e메일로 이 진정서를 넘기면서 “중요한 사안이니 서둘러 살펴보라”는 사인을 주지 않았고, 상부에 따로 보고하지도 않았다. 사정비서관실에서는 이 진정이 넘어왔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일부 언론에 이 사건이 보도된 1일 아침에야 황급히 e메일을 열어봤다. e메일 확인은 여사무원이 1주일에 한두 차례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측의 설명에 따르면 매일 평균 300여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어 이를 분류해 해당기관으로 이첩하는 데는 보통 4, 5일이 걸린다고 한다. 장관 임명을 앞둔 고위 인사와 관련된 중요 사안이었는데도 일반 민원과 똑같이 처리했다는 얘기다.

김우식(金雨植)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내부회의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스템의 문제인지, 담당자의 잘못인지 분명히 가려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며 이 부분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청와대는 또 최소한 현직 차관이 인사 청탁을 한 것이 명백한 사실로 밝혀지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당선 직후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고 강조한 이후 정부 내 공직인사가 대체로 투명해졌다는 평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단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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