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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6월 30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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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소련은 RFE에 대해 “소련 비방방송”이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철의 장막 너머 통제와 감시 속에서 살던 동유럽 주민들에게 RFE는 복음(福音)이나 마찬가지였다. 옐친 전 대통령은 “RFE 덕분에 우리는 러시아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냉전 종식 후에도 RFE의 전파는 중단되지 않았다. 1995년 RFE는 근거지를 독일 뮌헨에서 체코 프라하로 옮겼다. 냉전시절 반체제운동을 이끌면서 RFE의 도움을 받았던 바츨라프 하벨 당시 체코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었다. RFE는 이제 동유럽과 러시아의 민주화를 돕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반면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문을 연 인터넷방송인 자유북한방송은 유형무형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4월 개국 후 한 차례 녹음실을 옮긴 지 얼마 안됐는데 또 이사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북한의 방송중단 요구에 일부 시민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를 해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으로 서방과의 화해무드가 한창일 때도 RFE는 방송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소련 외무장관이던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 그루지야 대통령은 RFE를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찬사를 보냈다. 그는 “동유럽에서 전체주의적 사고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RFE는 민주주의의 보루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냉전 이후에도 RFE가 유지되는 데 찬성했다. 자유북한방송이 RFE처럼 희망의 소리로 자리 잡고 통일 후에는 RFE가 그랬던 것처럼 평양으로 옮겨서 방송을 계속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은 침묵하는 북한주민들도 자유북한방송에 감사와 찬사를 보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김기현 모스크바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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