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誌 최신호 "한반도 주변상황... 김정일이 勝者다"

  • 입력 2004년 6월 1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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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원수 견장을 어깨에 찬 군복 차림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선전포스터를 표지에 실었다.-사진제공 타임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원수 견장을 어깨에 찬 군복 차림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선전포스터를 표지에 실었다.-사진제공 타임
“‘적’에 대한 적대감과 두려움을 다뤘던 한국 초등학교 교과서는 이제 북한 상점에서 물건을 사는 북한 여성들의 사진을 싣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4학년 교재에는 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악한 용’의 방해로 결혼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강은 비무장지대(DMZ)이고, ‘악한 용’은 미국을 상징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21일자 표지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군복을 입고 만족스럽게 웃는 모습을 싣고, ‘이 사람이 왜 웃고 있을까?’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게재했다.

타임은 △한국 내 이념교육의 변화 △주변국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 △핵 개발로 얻는 북한체제의 안전 강화 등의 요인으로 지금까지의 현상유지(status quo) 상태가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주변 정세가 김 위원장을 웃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에 반대하는 동두천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한국사회의 변화된 기류와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소개했다.

타임은 “동두천 주민들은 미군 감축에 반대하지만, 이제 한국은 북한을 잠재적인 친구나 동반자로 보는 ‘좌파 민족주의(leftist-nationalist)’ 대통령과 정당의 지배 아래 있다”고 전했다.

타임은 또 “한국 신문들은 북한의 어려운 실상을 전하는 대신 남북경협 진전에만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며 5억6800만달러(약 6610억원)가 투입된 금강산관광을 예로 들었다. 한국의 북한에 대한 태도 변화가 주한미군 감축의 배경이 됐고, 한미동맹을 긴장관계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다.

타임은 지난달 23일 방북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북한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관심이 있다고 느낀다”고 말한 것도 북한을 웃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문제는 주한미군의 움직임이 건강한 한미동맹에 기초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이 잡지는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의 북핵 위협에 대한 평가도 미국 관리들의 입장보다는 약하다”고 전했다.

타임은 이동복(李東馥) 전 남북회담사무국장의 말을 인용해 “승자는 북한”이라고 평가했다.

타임은 “이제 김 위원장의 과제는 이달 말 열릴 3차 6자회담으로 미국은 그를 제지할 수 없다”면서 “북한 독재자 김정일의 입지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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